06 Sep, 2012

태풍 따라온 추억 펌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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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에 태풍 볼라벤 피해가 얼마나 광범위하게 심했는지
지붕 전체가 날아간 경우가 아니면 정부(?) 지원은 신청도 안 된단다.
벽이나 담, 시설물, 농작물에 대해서는 언급이 없는 듯 하고,
일주일 지난 오늘 농협에서 농작물재해보험 들어놨던 벼에 대한 문자만 한 통 왔다.
엊그제 지방신문에 태풍피해특별재난지역으로 지정 안 된 지자체와 지역마다의 정치인이 재난지역 선포를 촉구한다는 기사가 났던데, 그런게 모호한 지원 기준 속에 피해가 너~무 심한 분들과 복구를 위한 지방비 부담 줄어들 시·군청에게나 다행인 일인가 싶다.

 

마을 어르신은 팔십 평생에 이런 태풍 바람은 처음이라고 하셨단다.
그리 골창도 아니고 마을 앞까지 4차선이 깔렸는데
며칠 정전과 집전화 단절에 일주일 정도 핸드폰 불통과 수도 단수까지.
정전의 답답함이야 가끔 경험할 수도 있고 기간이 길어질 수도 있다지만,
집전화 단절은 어떤 이유에서 발생했는지 의아했다.


정전에 집전화 단절인데 어머니께서는 핸드폰 배터리가 별로 없다고 하신 후 연락두절.
어머니께서 태풍이 너무 강하고 뭐가 막 날아다니다 부딪히는 소리에 밖으로 나가기 무서운 상황이라고 하셨던지라, 옆집아짐께 우리집에 좀 가보시라고 핸드폰하기도 그랬다.
핸드폰도 다음날부터 읍내 빼고 거의 모든 면단위 마을에서 불통된듯하다.

 

오늘은 나오겠지 하던 수돗물은 ‘내일은 내일은’ 하며 일주일 동안 소식이 없었다고 한다.
목욕이나 샤워는 고사하고라도 설거지, 빨래, 세면, 화장실 등 물이 필요할 때마다 곤란하시던 어머니께서는 집 옆으로 흐르는 개울과 다라(큰물통)를 오르내리며 물을 퍼 담아 사용하셨단다.

 

120831_1.jpg  


얼마나 힘드셨을까 생각하던 나는 벌초하러 내려온 동생 박찬과 함께
물호스, 맥주패트병을 활용하여 자동 수압펌프(?)를 설치했다(거의 병맥만 마셨는데 패트병은 언제부터 있었는지ㅋ).

 

120901_100620.png  

 

어릴 적 아버지께서 큰 비가 온 뒤 파이가 큰 농업용 천막호스로 개울 옆 마당에 작은 풀장을 만들어주신 생각이 떠올랐다.
세탁기도 거의 없던 시절이고 빗물에 때가 잘 빠진다고 마을 아주머니들께서도 빨래하러 와서 좋아들 하셨는데.
아버지께서 좀 더 오래 사셔서 커가는 우리와 많은 추억 함께 했으면 좋을 텐데 싶었다.

 

120831_mother2.jpg

▲ 카카오톡으로 받은 사진 중 (저희 엄마 발 보이네요.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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