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9 Nov, 2004

왕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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찹찹한 마음 뿐인 내게 경호형이 물었다.
  "찬민아 !  왜 창밖을 보고 있어? 밖에 눈 안와 !"
10월의 마지막 밤이 지나니 안지나니 하고 있었는데,
벌써 11월도 삼분의 일을 넘어서고 있다.
  "쩌기 오고 있는데요.."
  "어디?? (손을 들어올려 손가락으로 북쪽을 가리키며) 쩌~어~기???"
  "네.. 이쪽으로 이쪽으로 오고 있어요. 여까지 올라믄 한 이십일 걸리겠는데요?"
  "와~ 정말이야..?"
  "우리가 쩌~어~리 뛰어가서 첫눈 몇일 땡겨볼까요?"

  한 친구의 싸이를 둘러보다가 학과 친구들의 단체사진들이 눈에 띄었다. 졸업사진, 친구결혼식 사진, 야유회 사진 등. 그곳에 존재하지 않는 내 모습이 모니터에 반투명으로 그을린다. 저 녀석 정말 결혼했네? 참, 나는 무엇을 하느라고 그것도 몰랐단 말인가. 나만 빼고 다른 친구들은 모두 친한 것 같은 소외감.

  자기가 친하고 싶은만큼 친하게 된다던 녀석이 사진속에서 나를 보고 비웃고 있는 듯 했다. 저 녀석과도 몇 년은 친하게 지냈었는데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인가.. 비단 친구 뿐만이 아니다. 1년 후배의 싸이, 2년 후배, 3년, 4년, 5년 후배.. 다 둘러보아도 내가 잘못하지 않은 구석이 없다. 선배 쪽으로 올라가면 또 미칠 지경이다. 울타리 안의 그들에게서 쫓겨나 있는 것 같다.

  머리속에서 과거의 모든 기억들이, 내 스스로가 그들이 등돌릴 수 밖에 없도록 살아온 인과관계로 재구성되고 있다. 아니다. 내게는 이제서야 재구성된 그것은, 이미 오래전부터 그들의 머리속에 자리잡은 나에 관한 기억이다. 애써 외면해 오던 가식의 댐이 무너지고, 쏟아지기 시작한 진실 앞에, 내가 허우적대고 있는 것이다. 잠깐 졸았던 꿈에선 사방이 손가락질이다. 너무 많은 죄를 짓고 살았다. 잠들기조차 두려운 밤이다. 손등에 앉은 모기가 나를 죽일 것 같다. 이건 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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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롭지 않으면 길을 떠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