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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남자이야기 - 극본 송지나

김신  : 무협지에 보면요,
박문호 : 무협지?
김신  : 복수라는 거 단순하잖아요.
    내 눈 앞에서 원수는 내 아버지를 칼로 베어 죽이고,
    난 내공을 쌓아서 그 놈만 죽이면 끝나버리고.
박문호 : 뭐, 대충 그렇지 뭐.
김신  : 내가 내 형의 원수라고 생각하는 채동의 그 영감은
    내 형이 누군지 모를 거예요.
    직접 찾아와서 우리 형을 칼로 찌른 게 아니거든요.
박문호 : 흐응~, 도재명이 첨에 그러더라. 아무나 찍어달라고.
    그럼 그 놈을 원수로 생각하고 절벽에서 밀어버리고
    그냥 가겠다고.
김신  : 내 형이 누군지, 왜 죽었는지 알지도 못하는 영감한테 어떻게 복수를 해야되요?
    그 영감의 회사를 다 부스고 나면
    그 회사에 딸린 직원들이 우리 형처럼 다 부서질텐데.
    그럼 난 누구한테 복수를 하는 거예요?

박문호 : 뭐가 대단히 깊은 생각을 하고 있긴 하고 있었네.
김신  : 내 여자가 있었는데요. 내 빚을 갚아준다면서 날 떠나버렸거든요.
    그것도 다 채동의 그 영감 때문이다 그렇게 생각했거든요.
    그래야 간단하잖아.
    근데 이게 뭐예요.
    주식으로 싸우자면서 개미들 걱정하고,
    채동 무너뜨리자면서 거기 직원들 걱정하고,
    내가 지금 뭐하고 있는 거냐구요.
박문호 : 가르쳐줄까? 네 진짜 원수가 누군지?
    난 아는데, 가르쳐줘?
    돈. 머니. 오까내. 그게 네 형을 죽인 거고, 네 여자를 뺏어 간거야.
    그러니까 돈, 그게 네 원수야.
김신  : 그래서 어쩔까요?
    돈이 원수니까 세상의 돈 다 긁어모아서 죽은 사람 무덤 앞에 가서 태우면 되나?
    그럼 복수가 돼?
박문호 : 나 같으면 일단 돈 때문에 뺏긴 것들 먼저 찾아온다.
    돈이 무서운 게 그거거든.
    내 배에 칼을 박는 게 아니고, 내 옆에 있는 것들을 뺏어가버려.
    그래서 남는 게 없게 돼버리는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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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롭지 않으면 길을 떠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