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2 Jan, 2012

김춘수 - 西風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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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풍적 西風賊

너도 아니고 그도 아니고, 아무것도 아니고 아무것도 아니라는데....
꽃인 듯 눈물인 듯 누가 그런 얼굴을 하고,
간다 지나간다, 환한 햇빛 속을 손을 흔들며....
아무것도 아니고 아무것도 아니고 아무것도 아니라는데, 온통 풀
냄새를 널어놓고 복사꽃을 울려놓고 복사꽃을 울려만 놓고,
환한 햇빛 속을 꽃인 듯 눈물인 듯 어쩌면 이야기인 듯 누가 그런
얼굴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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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2012년의 첫날이.. 꼼짝없이 에누리없이 작년을 이제 그만 놓으라
하며, 그러면서도 속으로 조금은 안되었던지.. 마냥 따뜻한 햇살을 풀어
놓으면서 지나가고 있었습니다.

어제를 살아본 적은 있어도, 내일을 살아본 적은 없다.

아무리 마음이 뻐근하도록 지난 해, 지난 시간들에 미련이 남아도
할 수 있는 일은 내일을 준비하는 것 뿐입니다.
오지 않은 내일은 백지.
그 공간을 채워나감에 있어서 다양한 선조건들이 제약을 걸어오지만,
여하튼 할 수 있는 것은 내게 주어진 크레파스로 그림을 그리는 일
입니다.

일전에 보았던 위탄2에서, 윤일상스쿨의 멘티 중 한 사람인
'고음불가' 정서경에게 조규찬님이 해준 한 마디가 오래 마음에
남습니다.

"고음이라는 것은.. 우리 앞에 놓일 수 있는 여러 색깔의 크레파스 중
하나와 같은 것이예요. 여러가지 색깔의 크레파스가 있다고 할 때,
그것을 사용하던 하지 않던 간에, 다양한 색을 가지고 있는 것이 물론
유리하겠지요.
그러나, 그 하나의 색깔을 가지고 있지 않다고 해서 그림을 그릴 수
없는 것은 아니예요. 자신이 가진 색깔로 그림을 그리는 법을 배워가
면 됩니다."

자신에게 주어지지 않은 색깔들.

그것을 갖기 위해 애쓰는 방법도 있을 수 있고, 또는 자신이 가지고 있는
색을 더 선명하게 칠하는 법을 배울 수도 있을텐데.. 그것은 결국 본인의
선택이겠지요.

"안되면 되게하라." 라는 한 마디에서도 큰 도전을 받을 수 있습니다만,
저의 선택은.. 제 주머니 안의 씨를 심는 것입니다.

아~, 봄을 기다립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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