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 Mar, 2010

최원정 - 산수유

보시리 조회 수 12191 추천 수 0 목록
□□□□□□□□□□□□□□□□□□□□□□□□□□□□□□□□□□□□□□

   산수유

  귓바퀴 뒤에 손바닥을 오목하게 모아
  마치, 소라처럼 만들어 보았지요
  어쩌면 굴뚝새 소리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자꾸만 드네요

  아이참, 그게 아닌가 봐요
  노란 봄이
  튀밥처럼 터지고 있지 뭐예요

  문득,
  님의 소식 궁금하기에
  그 튀밥마다 하나 가득
  제 안부를 묻혀 놓았어요

  나, 잘 지내요


□□□□□□□□□□□□□□□□□□□□□□□□□□□□□□□□□□□□□□


설익은 옛농담중에 그런 것이 있지요.
미국으로 이민오신 어느 분이 교통사고를 당했습니다.
사고가 작지 않았던 터라, 차 안을 들여다보던 경찰 아저씨가 이마에서 피가 철철
흐르는 그를 향해 물었습니다.

  Sir, are you okay?

아직 낯설기만한 영어를 접할 때마다 아직도 바짝 긴장이 되곤하는 이 사람은
그동안 머리속에서 거쳐왔던 영어숙어들을 휘저어 재빨리 대답을 끄집어 냈습니다.

  I'm fine. Thank you..
  And you?

동서를 막론하고 우리는 만나면 별뜻없이 안녕하시냐고, 또는 별고 없으시냐고 묻고,
그에 답하는 사람 역시 관계의 숙성도에 따라서 왠만하면 거의 대부분.. 반사작용처럼
잘 지낸다고 대답을 합니다.

그러나, 평소 친분이 두텁고 허물없는 사이라면, 조금 전 바로 앞 사람에게
I'm fine, thank you 라 대답하던 것이 무색하게 시시콜콜 엄살반 투정반으로
얼마나 요즘 산다는 일이 빡세며 고해苦海인지 줄줄이 넉두리가 시작되는 겁니다.

그런 의미에서..  한번 물어보겠습니다,

어떻게 지내세요?  ^^


profile

머시라고

March 15, 2010

I'm fine, thank you. ㅋ
감당해낼 수 있을까, 그만 끈을 놓아버릴까.
복잡한 머리 속과 엉켜버린 관계들.
할일을 잔뜩 쌓아두고 드라마 명장면만 뒤적이고 있습니다.
힘들면 힘들다고 하는거야. 힘들면 힘들다고 하는거야.
List of Articles
번호
170 김정란 - 눈물의 방 보시리 2014-05-05 7392
169 김수영 - 슬픔이 하나 보시리 2014-04-21 6344
168 백학기 - 오랜만에 쓴 편지 file 보시리 2013-11-13 5228
167 문태준 - 思慕 file 보시리 2013-10-19 4989
166 다카무라 고타로 - 도정 file 머시라고 2013-07-17 10246
165 김재진 - 보일러 file [2] 보시리 2012-06-26 9348
164 구상 - 그 꽃 보시리 2012-01-31 4993
163 김춘수 - 西風賊 file [1] 보시리 2012-01-02 8931
162 유재두 - 풀은 풀이라고 불렀으면 file 보시리 2011-10-24 16535
161 김종삼 - 어부 [10] 보시리 2011-10-01 10128
160 천양희 - 희망이 완창이다 보시리 2011-07-07 5711
159 정현종 - 방문객 file 보시리 2011-03-04 27246
158 류시화 - 들풀 [1] 머시라고 2010-05-04 9363
157 박제영 - 거시기 보시리 2010-03-20 12084
156 서안나 - 동백아가씨 보시리 2010-03-19 22681
» 최원정 - 산수유 [2] 보시리 2010-03-13 12191
154 이문재 - 노독 보시리 2010-02-28 17516
153 이기철 - 유리(琉璃)에 묻노니 보시리 2010-02-19 6241
152 나호열 - 비가 후박나무 잎을 적실 때 보시리 2010-01-16 8292
151 박남준 - 흰나비 떼 눈부시다 보시리 2009-12-17 7413
외롭지 않으면 길을 떠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