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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만 파라 뱀 나온다
속을 가진 것들은 대체로 어둡다
소란스레 쏘삭이고 속닥이는 것들은
죄다 소굴이다.
속을 가진 것들을 보면 후비고 싶다.
속이 무슨 일을 벌이는지
속을 끓이는지 속을 태우는지
속을 푸는지 속을 썩히는지
속이 있는지 심지어 속이 없는지
도무지 속을 알 수 없다.
속을 알 수 없어 속을 파면
속의 때나 속의 딱지들이 솔솔 굴러 나오기도한다.
속의 미끼들에 속아 파고 또 파면
속의 피를 보게 마련이다.
남의 속을 파는 것들은 대체로 사납고
제 속을 파는 것들은 대체로 모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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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이 시를 보았을 때엔 자꾸 삐져나오는 웃음에 입을 오물거렸습니다.
쥔장님이 아주 오래 전에 꾸었던 뱀 꿈이 생각나서요.
안도현 시인의 시를 올리시곤 이 말 저 말 오가다가 끝내 뱀 꿈으로 마무리하셨더랬지요. ^^
즐거운 기억입니다.
사실, 티피컬한 AB형인 저는 제 속을 보여주는 것을 달가와하지 않아서 그런지
남의 속도 파는 것을 좋아하지 않습니다.
저 시에서도 그러네요. 자꾸 파면 피 나온다고. ㅎㅎㅎ
저마다 속사정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그리고 그 속사정도 때에 따라 자주 변합니다.
그러니, 내 속도 내가 모르는데, 보여주기 원하지 않는 남의 속까지 궁금해 할..일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책임질 것도 아니면서 말이지요..
이런 이유로, 차갑다는 말도 솔찮게 듣기는 했지만 그 생각은 아직도 그렇습니다.
누군가가 자신과 어떤 통로를 공유하고 있어 편하고 안전하게 느껴진다면 때로 스스로 그 속을 드러내고 싶어지기도 하니까, 정말 상대를 아끼는 친구는 곁을 지키되 기다려주어야 하지 않을까..싶습니다.
<사람에게는 누구나 숨겨놓아 보이지 않는 동굴이 있다.
때로는 그 동굴이 너무 깊어, 숨긴 그 자신조차 찾아내지 못하는 그런 동굴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