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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침원
대문 좀 열어주세요
당신을 검침하러왔거든요
얼마나 피 뜨거운지
에돌아 온 길의 경사 어떠한지
엉성한 거푸집에서 삼킨 음식과 한숨도 점검합니다
환희 가득한 시절 은밀한 속삭임
천당과 지옥 넘나들던 순간
계량기엔 다 기록되어 있어요
생의 고비마다 쿵쿵 뛰던 심장박동
무모하게 역주행한 흔적도 점검합니다
과부하 걸린 생 까치발 뛰던 순간
다 검침해 청구할 겁니다
당신 생 저울질한다는 거
물론 완강히 거부하실 거예요
인정할 수 없다고
쓴 게 없다고 도리질 하겠죠
하지만 소용없어요
블랙박스 속 당신 지나온 길
선명하게 기록된 걸
난들 어쩌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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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여기 이렇게 살아 숨을 쉬지만, 내일 살아있다고 확실하게 말 할 수 없나봅니다.
잘 알던 분이 지난 주일, 갑자기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아라키 죠의 '바텐더 vol 11' <아버지의 브랜디>편에 이런 말이 나옵니다.
아버지의 유산을 놓고 죽어라, 모질게 싸우는 중년의 두 남자를 앞에 놓고, 바텐더인 주인공
사사쿠라 류는 Stinger(바늘, 가시돋힌 말을 하는 사람)라는 칵테일을 내놓습니다.
" 인간은 어째서 자신이 내일도 살아있을 거라 확신을 할 수 있을까요.
인간이 알고 있는 유일한 진리는 인간은 반드시 죽는다는 것 뿐인데."
" 무슨 말이 하고 싶은거야?"
" 예전에..,
카운터에서 즐겁게 술을 마셨던 손님이 그 날 밤...,
돌아가셨습니다.
두 분 중 누군가가 저 문을 나선 뒤 만일 죽어버린다면...
마지막 추억은 형제끼리 다튔던 것.
남겨진 이에게 그건 평생 잊을 수 없는 아픈 기억이 되겠지요. "
" !! "
" !! "
우리는 아무런 근거도 없이 내일 나의 존재가 있을 것을 확신하며 살아갑니다.
언제나 죽을 것만을 염려하며 전전긍긍하는 것만큼 안타까운 시간/정신적인 낭비도 없겠지요..
다만, 내가 떠날 뒷모습을 가끔은 생각하며 주변을 정리해주는 것도 나쁘지 않으리라
싶어서요.
그러다보면 마음이 너그러워지고 모질게 마음에 맺힐 것도 없다는 것을 느낍니다.
이것도 지나가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