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 Sep, 2007

이성복 - 물가에서

머시라고 조회 수 16759 추천 수 0 목록
□□□□□□□□□□□□□□□□□□□□□□□□□□□□□□□□□□□□□□

물가에서

 그날 아침 물살은 신기하게도 빨랐습니다 우리는 채 깊지 않은 물가에서 얼굴을 씻고 머리 감았습니다

  점심때 나와보니 우리 놀던 물가에 인적 끊기고 물길 휘돌아 깊어진 곳에 자욱이 사람들이 모였습니다

  물 가운데를 유유히 돌아다니는 나룻배는 죽음이었습니까, 죽음의 그림자였습니까

 시신을 찾지 못한 나룻배는 다시 사람들을 실어나르고 한쪽 물가에선 방금 도착한 사람들이 물장구치기 시작했습니다

    『그 여름의 끝』, 문학과지성사(1990: 개정판 1994),
                      41페이지 中


□□□□□□□□□□□□□□□□□□□□□□□□□□□□□□□□□□□□□□

고3 생활이 시작되던 날, 아버지께서 돌아가셨다.
아버지께서 건강하게 오래도록 살지 못하신 게 안타까웠던 걸까,
앞으로 빡세질 것 같은 내 삶에 대한 걱정이 더 컸던 것일까.
나의 괴성은 후자의 영향이었던 것 같다.
그 동안의 병수발과 앞으로 혼자서 가족을 이끄실 어머니에 대한 측은함도 없었던 것 같다.
신이 있다면, 그는 나를 얼마나 강하게 만들려고 이럴까 싶었다.
어떤 형태로든 다음 생이 있다면, 아버지는 지금 어디에서 뭘 하고 계실까.

오래 잘 살고 싶다.
List of Articles
번호 sort
170 구상 - 그 꽃 보시리 2012-01-31 5517
169 도종환 - 해마다 봄은 오지만 박찬민 2003-07-12 5865
168 황다연 - 제비꽃 [4] 박찬민 2003-06-23 5942
167 한승원 - 새 박찬민 2003-08-29 5996
166 백학기 - 오랜만에 쓴 편지 file 보시리 2013-11-13 6077
165 도종환 - 꽃다지 보시리 2005-01-15 6096
164 천양희 - 희망이 완창이다 보시리 2011-07-07 6167
163 최옥 - 그대에게 닿는 법 보시리 2005-04-12 6216
162 유지소 - 별을 보시리 2007-05-14 6235
161 유지소 - 늪 보시리 2007-04-07 6238
160 제프 스완 - 민들레 목걸이 보시리 2005-01-04 6268
159 신경림 - 가난한 사랑의 노래 file [2] 머시라고 2004-03-17 6289
158 주근옥 - 그 해의 봄 file 보시리 2007-04-15 6347
157 안도현 - 강 [2] 머시라고 2004-12-16 6381
156 심 훈 - 그 날이 오면 머시라고 2003-06-02 6428
155 남유정 - 마음도 풍경이라면 보시리 2005-02-27 6453
154 김재진 - 너를 만나고 싶다 보시리 2005-01-18 6465
153 천상병 - 강물 머시라고 2004-03-15 6475
152 정호승 - 물 위에 쓴 시 [1] 보시리 2005-02-05 6485
151 정호승 - 나뭇잎을 닦다 [1] 머시라고 2004-10-20 6489
외롭지 않으면 길을 떠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