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 Apr, 2007

박영신 - 생각의 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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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의 나무

생각에 잠겨서
가로수 그늘을 지나갔습니다
내가 머리로 생각하고 있을 때
나무는
이파리로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내 생각의 가득함으로
햇빛이 스며들지 못하고 있을 때
나무는 벌거벗은 채 서 있었습니다

해마다 나는 생각의 나이를 먹어가고
그 무게를 알지도 못하고 걸었습니다
문득 다시 보니 나무는
생각 없이 그대로 생각이었습니다

깔깔한 내 그림자 밟고
온 몸에 주름지고 지나갈 때
곧게 뻗어 올라간 중심을 따라 유연하게 흐르는 줄기
낭창낭창하게 기쁜 몸이었습니다

나는 오늘도 내 생각 들키지 않게
가로수 옆을 지나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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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차는 7시에 떠나네..에서 신경숙님의 말을 빌자면 그렇습니다.
잊으려고 하지 말고 생각을 많이 하라고.
생각하지 않으려고 하면 잊을 수도 없다고.
무슨 일에든 바닥은 있는 법.
언젠가는 발이 거기에 닿을 것이고
그 때.. 탁~ 차고 솟아오르면 된다고.

그래서
생각을 많이 했습니다.
지치도록 많이 한 생각들이 진저리를 치며 소용돌이 칠 무렵
생각 없이도 주렁주렁 생각을 이파리로 매단 나무들이
안스러운 낯빛으로 내려다봅니다..

Let it gooo....
Set yourself freee..

서걱거리는 바람 사이로 들리는 나무의 조언들.
생각에 치이지 마라.
생각은 수관을 통해 물이 오르듯 그렇게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거야.

어쩌면 그럴 겁니다.
과유불급이라셨으니.

밤이 늦었습니다..
전 생각없는 잠을 자러 갑니다. 지구를 부탁드립니다, ㅋ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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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롭지 않으면 길을 떠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