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 Dec, 2005

안도현 - 그대에게 가는 길

머시라고 조회 수 9026 추천 수 0 목록
찾는데 보이지 않았다. 언제 떠난 것일까.
사라진 시집 한권이 오랫동안 돌아오지 않는다.

□□□□□□□□□□□□□□□□□□□□□□□□□□□□□□□□□□□□□□

그대에게 가는 길

 그대가 한 자락 강물로 내 마음을 적시는 동안 끝없
이 우는 밤으로 날을 지새우던 나는 들판이었습니다.
 그리하여 밤마다 울지 않으려고 괴로워하는 별을
바라보았습니다. 오래오래 별을 바라본 것은 반짝이는
것이 아름다워서가 아니라 어느 날 내가 별이 되고 싶
어서가 아니라 헬 수 없는 우리들의 아득한 거리 때문
이었습니다.
 그때부터 나는 지상의 여기저기에 크고 작은 길들
을 내기 시작했습니다. 해 뜨는 아침부터 노을 지는 저
녁까지 이 길 위로 사람들이 쉬지 않고 오가는 것은
그대에게 가는 길이 들녘 어디엔가 있다는 것을 믿기
때문입니다.

         안도현 시집 『그대에게 가고 싶다』, 26 페이지
□□□□□□□□□□□□□□□□□□□□□□□□□□□□□□□□□□□□□□

밤이 되면 눈물 흘릴까
고갤 젖혀 별을 바라보았습니다.
그 아득함에도 불구하고
내 주위 사치스런 조명들 속에서도
반짝이는 그대
애타는 그리움

내가 그대에게 갈 수 없는 것은
날개가 없어서가 아니라
가다가 아침이 되어 버려서가 아니라
떠받치고 있는 눈물의 무게 때문이었습니다.

그때부터 나는 인터넷 여기저기에 크고 작은 길들을 내기 시작했습니다.
그대에게 가는 길이 그대가 오는 길을 배웅하는 풍경으로

그대 떠나는 길이
내게로 향해 있다는 것을 믿기 때문입니다.
List of Articles
번호 sort
70 함석헌 - 그대는 그런 사람을 가졌는가 [1] 보시리 2005-01-13 8294
69 <식객> , 겨울강(정호승) 그리고 찬밥(안도현) [2] 보시리 2005-01-10 7688
68 나희덕 - 사라진 손바닥 머시라고 2005-01-10 6848
67 이정하 - 그대 굳이 사랑하지 않아도 좋다 머시라고 2005-01-07 7465
66 류시화 - 소금 인형 [3] 보시리 2005-01-05 9435
65 백석 -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 보시리 2005-01-05 7463
64 제프 스완 - 민들레 목걸이 보시리 2005-01-04 6268
63 정호승 - 사랑 머시라고 2005-01-03 7300
62 안도현 - 서울로 가는 뱀 [14] 머시라고 2004-12-28 7780
61 정호승 - 미안하다 file [4] 머시라고 2004-12-17 30330
60 안도현 - 강 [2] 머시라고 2004-12-16 6381
59 윤동주 - 참회록懺悔錄 머시라고 2004-12-05 7004
58 박미림 - 알몸으로 세상을 맞이하다 file [1] 머시라고 2004-11-07 7148
57 도종환 - 가을비 file [1] 머시라고 2004-11-01 16469
56 정호승 - 질투 머시라고 2004-10-25 7842
55 정호승 - 밤벌레 [1] 머시라고 2004-10-21 6655
54 정호승 - 나뭇잎을 닦다 [1] 머시라고 2004-10-20 6492
53 한용운 - 떠날 때의 님의 얼굴 머시라고 2004-09-11 6707
52 윤동주 - 길 [1] 머시라고 2004-08-02 7714
51 윤동주 - 별 헤는 밤 file 머시라고 2004-07-02 7513
외롭지 않으면 길을 떠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