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 Jun, 2005

나희덕 - 오 분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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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분간

이 꽃그늘 아래서
내 일생이 다 지나갈 것 같다.
기다리면서 서성거리면서
아니, 이미 다 지나갔을지도 모른다.
아이를 기다리는 오 분간
아카시아꽃 하얗게 흩날리는
이 그늘 아래서
어느새 나는 머리 희끗한 노파가 되고,
버스가 저 모퉁이를 돌아서
내 앞에 멈추면
여섯살배기가 뛰어내려 안기는 게 아니라
훤칠한 청년 하나 내게로 걸어올 것만 같다.
내가 늙은 만큼 그는 자라서
서로의 삶을 맞바꾼 듯 마주보겠지.
기다림 하나로도 깜박 지나가버릴 生,
내가 늘 기다렸던 이 자리에
그가 오래도록 돌아오지 않을 때쯤
너무 멀리 나가버린 그의 썰물을 향해
떨어지는 꽃잎,
또는 지나치는 버스를 향해
무어라 중얼거리면서 내 기다림을 완성하겠지.
중얼거리는 동안 꽃잎은 한 무더기 또 진다.
아, 저기 버스가 온다.
나는 훌쩍 날아올라 꽃그늘을 벗어난다.

       『그곳이 멀지 않다』, 문학동네(2004), 14-15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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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에서 깨어나
세면장 향한다.
삐그덕 삐거덕
세면대 앞에서
하품하는 새
바라본 거울
그 속의 나는
어제와 하루차.
가끔은 어린 내가,
어느 날엔 늙은 내가
아침인사 건네오면
반가웠을까 나는.
방심하는 새
맺히는 방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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