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 Feb, 2005

도종환 - 폐허 이후

머시라고 조회 수 10618 추천 수 0 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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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허 이후

사막에서도 저를 버리지 않는 풀들이 있고
모든 것이 불타버린 숲에서도
아직 끝나지 않았다고 믿는 나무가 있다
화산재에 덮이고 용암에 녹은 산기슭에도
살아서 재를 털며 돌아오는 벌레와 짐승이 있다
내가 나를 버리면 거기 아무도 없지만
내가 나를 먼저 포기하지 않으면
어느 곳에서나 함께 있는 것들이 있다
돌무더기에 덮여 메말라버린 골짜기에
다시 물이 고이고 물줄기를 만들어 흘러간다
내가 나를 먼저 포기하지 않는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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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배우 이은주의 자살 소식으로 나라가 충격에 휩싸이기 시작했다.
인상 깊은 배우였는데, 아쉽다...

청룡영화제 여우주연상 발표 순간을 몇 번이고 되감아 보며,
그녀의 표정변화를 두고 비아냥거렸던 시간들이 죄스럽게 여겨진다.
조그만 상처에도 두려움에 떠는 내가

밑바닥에서 날마다 짓밟히며 사는 나는
그런 고통은 배부른 소리라 단정했었는데,
얼마나 힘든 시간들이었으면...

내가 나를 먼저 포기하지 않는다는 의미가 뭘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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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롭지 않으면 길을 떠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