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 Jan, 2005

나희덕 - 사라진 손바닥

머시라고 조회 수 6848 추천 수 0 목록
□□□□□□□□□□□□□□□□□□□□□□□□□□□□□□□□□□□□□□

사라진 손바닥

처음엔 흰 연꽃 열어 보이더니
다음엔 빈 손바닥만 푸르게 흔들더니
그 다음엔 더운 연밥 한 그릇 들고 서 있더니
이제는 마른 손목마저 꺾인 채
거꾸로 처박히고 말았네
수많은 槍을 가슴에 꽂고 연못은
거대한 폐선처럼 가라앉고 있네

바닥에 처박혀 그는 무엇을 하나
말 건네려 해도
손 잡으려 해도 보이지 않네
발밑에 떨어진 밥알들 주워서
진흙 속에 심고 있는지 고개 들지 않네

백 년쯤 지나 다시 오면
그가 지은 연밥 한 그릇 얻어먹을 수 있으려나
그보다 일찍 오면 빈 손이라도 잡으려나
그보다 일찍 오면 흰 꽃도 볼 수 있으려나

회산에 회산에 다시 온다면

□□□□□□□□□□□□□□□□□□□□□□□□□□□□□□□□□□□□□□

감상중
List of Articles
번호 sort
170 최영미 - 선운사에서 file 머시라고 2003-04-02 12926
169 원태연 - 한 여자를 사랑했습니다 머시라고 2003-04-02 17277
168 정호승 - 또 기다리는 편지 머시라고 2003-04-02 8725
167 정현종 - 섬 [2] 머시라고 2003-04-02 9514
166 신경림 - 갈대 머시라고 2003-04-02 9438
165 프로스트 - 가지 않은 길 [1] 머시라고 2003-04-02 9415
164 안도현 - 너에게 묻는다 file 머시라고 2003-04-05 9589
163 이정하 - 사랑의 우화 머시라고 2003-04-09 17551
162 이정하 - 그를 만났습니다 박찬민 2003-04-09 16064
161 김광욱 - 지란이 피는 천랑에서 [2] 박찬민 2003-04-11 7467
160 도종환 - 가까이 다가가고 싶었지만 머시라고 2003-04-12 7413
159 도종환 - 내가 사랑하는 당신은 박찬민 2003-04-12 9721
158 류시화 - 목련 머시라고 2003-04-15 15933
157 황동규 - 즐거운 편지 file 머시라고 2003-04-25 7426
156 도종환 - 울음소리 [1] 박찬민 2003-05-04 7739
155 안도현 - 기다리는 이에게 머시라고 2003-05-09 7690
154 정호승 - 사랑한다 [1] 박찬민 2003-05-10 9529
153 정호승 - 수선화에게 [1] 머시라고 2003-05-13 9926
152 이정하 - 별 1 박찬민 2003-05-20 8068
151 이정하 - 한사람을 사랑했네 3 박찬민 2003-05-21 7296
외롭지 않으면 길을 떠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