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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로 가는 뱀
기어가는 것보다는
달려가는 게 낫겠다 싶어서 뱀은
풀숲에서 아스팔트로 주저없이 나왔다
똬리를 튼 검은 뱀들이
줄지어 바삐 서울로 굴러가고 있었다
뱀은 자신이 곡선으로 기어가고 있다는 것을
뒤늦게 깨달았다 그래서
굴러가는 것들보다 더 빨리 서울로 가고 싶어서
일직선으로 몸을 뻗은 다음
뱀은 아스팔트 바닥에 바짝 엎드렸다
다시는 기어가지 않으리라, 뱀은 맹세했다
그러자 둥글고 길쭉하던 뱀은
금세 납작해졌다
(그렇다고 뱀이 죽었다, 라고 말하지 마라)
그때부터 뱀은 아스팔트를 힘껏 껴안았다
납작해진 뱀은 거무스름하게 변하면서
바닥에 달라붙어 아스팔트가
되어갔다
전국 곳곳에서 뱀들이 서울 쪽으로 간다
뱀의 등에 올라타고 나도 가끔은 서울로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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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 좋은 곳으로 물 맞으러 가는 사람이
가는 길에 짓밟힌 뱀을 보았다면
발걸음을 되돌려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그 곳에는
다시는 시원스럽게 물이 떨어지지 않는다.
(사.실.이.야? 진.짜.야?)
나는 너에게 간다.
전에 말했지만
너에게 가려고 강도 만들었다 ^^
바닥에 엎드려 아스팔트 힘껏 껴안아
아스팔트가 되어갔다
나는 항상 너에게로 간다.
사람들은 내 등에 올라타고 너에게 간다.
그들은 발걸음을 되돌려야 한다.
너에게로 가는 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