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2 Jul, 2004

윤동주 - 별 헤는 밤

머시라고 조회 수 7513 추천 수 0 목록
□□□□□□□□□□□□□□□□□□□□□□□□□□□□□□□□□□□□□□

별 헤는 밤

계절이 지나가는 하늘에는
가을로 가득 차 있습니다.

나는 아무 걱정도 없이
가을 속의 별들을 다 헤일 듯합니다.

가슴속에 하나 둘 새겨지는 별을
이제 다 못 헤는 것은
쉬이 아침이 오는 까닭이요,
내일 밤이 남은 까닭이요,
아직 나의 청춘이 다하지 않은 까닭입니다.

별 하나에 추억과
별 하나에 사랑과
별 하나에 쓸쓸함과
별 하나에 동경(憧憬)과
별 하나에 시와
별 하나에 어머니, 어머니,

어머님,
나는 별 하나에 아름다운 말 한 마디씩 불러 봅니다.
소학교 때 책상을 같이 했던
아이들의 이름과
패(佩), 경(鏡), 옥(玉),
이런 이국 소녀(異國少女)들의 이름과
벌써 애기 어머니 된 계집애들의 이름과,
가난한 이웃 사람들의 이름과,
비둘기, 강아지, 토끼, 노새, 노루,
프랑시스 잠, 라이너 마리아 릴케
이런 시인들의 이름을 불러 봅니다.

이네들은 너무나 멀리 있습니다.
별이 아스라이 멀 듯이,

어머님,
그리고 당신은 멀리 북간도에 계십니다.

나는 무엇인지 그리워
이 많은 별빛이 내린 언덕 위에
내 이름 자를 써보고,
흙으로 덮어 버리었습니다.

딴은 밤을 새워 우는 벌레는
부끄러운 이름을 슬퍼하는 까닭입니다.

그러나 겨울이 지나고 나의 별에도 봄이 오면
무덤 위에 파란 잔디가 피어나듯이
내 이름자 묻힌 언덕 위에도
자랑처럼 풀이 무성할 거외다.


□□□□□□□□□□□□□□□□□□□□□□□□□□□□□□□□□□□□□□

윤동주 시인에게는 내가 선호하는 류의 그리움이 있는 것 같다.
그리움이란 어떤 녀석일까???
8년만에  고등학교 후배 운영이를 만나고 '잊혀진 그리움'을 배웠다.

김미숙의 미소와 목소리는 사람을 편안하게 해준다..
지금도 '외출'이라는 아침드라마 보던 때의 추억들이 생각난다.
우와!우와! 와 인터넷에서 찾아본 위암 등,,

시낭송 : 김미숙
List of Articles
번호 sort
90 도종환 - 울음소리 [1] 박찬민 2003-05-04 7746
89 한용운 - 나는 잊고저 file 머시라고 2004-06-04 7758
88 안도현 - 서울로 가는 뱀 [14] 머시라고 2004-12-28 7779
87 함민복 - 산 file 보시리 2007-06-08 7791
86 박남희 - 이카루스식 사랑법 [1] 보시리 2007-08-06 7811
85 정호승 - 질투 머시라고 2004-10-25 7842
84 박남준 - 흰나비 떼 눈부시다 보시리 2009-12-17 7889
83 잘랄루딘 루미 - 여인숙 머시라고 2008-09-02 7890
82 안도현 - 겨울 강가에서 머시라고 2005-11-04 7915
81 이정하 - 별 1 박찬민 2003-05-20 8069
80 이성복 - 그리운 입술 머시라고 2006-01-01 8097
79 함석헌 - 그대는 그런 사람을 가졌는가 [1] 보시리 2005-01-13 8294
78 김경주 - 드라이아이스 [1] 보시리 2008-10-25 8512
77 문태준 - 思慕 file 보시리 2013-10-19 8670
76 정호승 - 또 기다리는 편지 머시라고 2003-04-02 8725
75 정호승 - 내가 사랑하는 사람 file [3] 머시라고 2004-05-15 8727
74 나호열 - 비가 후박나무 잎을 적실 때 보시리 2010-01-16 8799
73 류시화 - 나비 [2] 보시리 2005-05-20 8901
72 김정란 - 눈물의 방 보시리 2014-05-05 9013
71 신달자 - 불행 보시리 2007-06-03 9014
외롭지 않으면 길을 떠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