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4 May, 2003

도종환 - 울음소리

박찬민 조회 수 7743 추천 수 0 목록
***********************************************

지금 가까운 곳에서 누군가 울고 있습니다
아무도 메꾸어 줄 수 없고
누구에 의해서도 채워질 수 없는
가슴 빈 자리 때문에 홀로 울고 있는 이가 있습니다

고통에서 벗어나는 길은 고통에 낯설지 않는 것이라고
외로움에서 벗어나는 길은 외로움에 익숙해지는 것이라고
그의 울음이 너무 커서 지금은 말할 수 없습니다

지금 가까운 곳에서 누군가 쓰러지고 있습니다
아무도 바꾸어 설 수 없고
누구도 대신 갈 수 없는 길을 떠난
사랑하는 사람을 가슴에 묻고
뜨거운 돌자길길을 걸어오면 가슴을 치는 이들이 있습니다

아픔을 이기는 길은 그 아픔까지 사랑하는 것이라고
절망을 이기는 길은 그 절망 끝까지 싸워나가는 것이라고
그렇게 말해주고 싶어도
지금 그들에게는 이 소리조차 들리지 않습니다

지금 서로 손 잡아주어야 할 사람들이 가까운 곳에 있습니다
먼저 눈물 흘린 사람과
지금 눈물 흘리고 있는 사람들이 가까운 곳에 있습니다.

***********************************************

고통에서 벗어나는 길은 고통에 낯설지 않는 것이라고
외로움에서 벗어나는 길은 외로움에 익숙해지는 것이라고
그의 울음이 너무 커서 지금은 말할 수 없습니다

근처에 이런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이 자신이라면,,

다른 사람의 고통에는 차분히도 그렇게 말해주면서
자신의 외로움에는 들려주지도 못하는 말,,

슬픔 하나가 얼마나 마음을 깨끗이 닦아내는지 아는 나이가 되었다.
작가의 다른 시 구절에서처럼

아마 고통이나 외로움이 주는 울음소리가
매 차례마다 익숙해지지 못하고
신선하게 아픔과 절망으로 휩싸여
횟수를 거듭할수록 깊어지는 낯설음이 되는 이유는,,,

울음소리는 어디로 가는가


profile

보시리

January 26, 2005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것을 보았다...
세상에서 가장 다정한 소리를 들었다..
세상이란 안아주는 사람...그 품 속은 따뜻해서...
그래서...좋아하는 사람을 잃는 건..괴로운 것이라고...>

울음소리는 강물을 타고 ..바다로까지 가서.. 심연의 정적 가운데 차곡차곡 쌓일까..
<끝없는 이야기>의 기억의 광산에..유리판에 갖혀 태산 밑에 잠들게 되는 건가..
List of Articles
profile 최영미 - 선운사에서 file 12926 12926
Posted by 머시라고 August 13, 2018 - 00:03:52
0 댓글
profile 원태연 - 한 여자를 사랑했습니다 17280 17280
Posted by 머시라고 January 16, 2018 - 00:13:16
0 댓글
profile 정호승 - 또 기다리는 편지 8725 8725
Posted by 머시라고 September 23, 2016 - 00:25:48
0 댓글
profile 정현종 - 섬 9514 9514
Posted by 머시라고 Latest Reply by xiaojun November 02, 2015 - 00:28:54
2 댓글
profile 신경림 - 갈대 9438 9438
Posted by 머시라고 January 16, 2018 - 00:34:04
0 댓글
profile 프로스트 - 가지 않은 길 9415 9415
Posted by 머시라고 Latest Reply by lllllyuan May 25, 2016 - 00:36:30
1 댓글
profile 안도현 - 너에게 묻는다 file 9590 9590
Posted by 머시라고 July 04, 2018 - 05:40:36
0 댓글
profile 이정하 - 사랑의 우화 17551 17551
Posted by 머시라고 July 04, 2018 - 21:16:55
0 댓글
profile 이정하 - 그를 만났습니다 16064 16064
Posted by 박찬민 May 25, 2016 - 21:20:24
0 댓글
profile 김광욱 - 지란이 피는 천랑에서 7468 7468
Posted by 박찬민 Latest Reply by louis vuitton October 20, 2015 - 01:37:28
2 댓글
profile 도종환 - 가까이 다가가고 싶었지만 7413 7413
Posted by 머시라고 August 13, 2018 - 23:35:07
0 댓글
profile 도종환 - 내가 사랑하는 당신은 9721 9721
Posted by 박찬민 August 13, 2018 - 23:42:06
0 댓글
profile 류시화 - 목련 15933 15933
Posted by 머시라고 April 15, 2003 - 06:49:10
0 댓글
profile 황동규 - 즐거운 편지 file 7426 7426
Posted by 머시라고 September 23, 2016 - 12:15:23
0 댓글
profile 도종환 - 울음소리 7743 7743
Posted by 박찬민 Latest Reply by chenyingying October 25, 2017 - 16:56:47
1 댓글
profile 안도현 - 기다리는 이에게 7690 7690
Posted by 머시라고 May 09, 2003 - 00:13:33
0 댓글
profile 정호승 - 사랑한다 9529 9529
Posted by 박찬민 Latest Reply by abc20 August 13, 2018 - 01:13:58
1 댓글
profile 정호승 - 수선화에게 9926 9926
Posted by 머시라고 Latest Reply by May 13, 2003 - 03:36:15
1 댓글
profile 이정하 - 별 1 8069 8069
Posted by 박찬민 May 07, 2017 - 02:50:46
0 댓글
profile 이정하 - 한사람을 사랑했네 3 7296 7296
Posted by 박찬민 April 07, 2016 - 05:59:48
0 댓글
외롭지 않으면 길을 떠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