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 Apr, 2003

김광욱 - 지란이 피는 천랑에서

박찬민 조회 수 7467 추천 수 0 목록

♧ 지란이 피는 천랑에서♧

언제든지 그리울때면 한밤중이나 새벽이라도
아무 구애없이 만날 수 있고
비바람이 불거나 눈내리는 밤에는
더욱 사무치는 마음으로 만나
고독함을 같이 나눌 수 있는 친구가 있었으면 좋겠다.

인생살이 고달프고 괴로워서
안으로 삼키다 남은 눈물을 닦아주고 위로해 주며
괴로움을 같이 나눌 수 있는 친구가 있었으면 좋겠다.

가난에 찌들여 허술한 차림으로
한대박 쌀을 사가는 초라한 모습을 보아도
수치스러워 하지 않고 남 앞에 흉보지 않으며
내 무능력함에 욕하지 않는 친구

병들어 인정이 표백된 병실에 누웠을때
지루하지 않게 동화책이나 에세이집을 읽어주며
근심어린 마음으로 밤을 지새우고서도

밝은 미소로 내곁을 지켜줄 수 있는 친구
언젠가 내가 죽은 후 일지라도
오다가 몇송이 들국화를 들고 정막에 묻힌
무덤을 찾아와 물망초처럼 생존에 나를 그리며
한방울의 눈물을 흘릴 수 있는 진정한 친구가 있다면

나는 이토록 황량한 인생의 벌판위에
홀로서 있어도 고독해 하지 않고
무거운 수레를 끌고 삶의 언덕을
홀로 올라도 힘들어 하지 않을 것이며
모든 것을 다 잃어도 모든 것을 다 소유한
풍요로운 마음으로 오늘을 살아가리라.

****************************************

아무리 속터져도 좀처럼 편안해진다. ㅡ.ㅡ;
나를 소중하게 생각해주는, 내가 소중하게 생각하는
친구와 후배들, 그리고 선배들이 나를 가만 내버려두지 않기 때문이다.

당장의 내 고통을 치료하는 의료진은 아니지만
함께 살아가고 있는 것만으로 내게 힘을 주는,,
살 맛나는 세상 무대.

List of Articles
번호 sort
170 황지우 - 너를 기다리는 동안 [12] 보시리 2005-04-21 59282
169 서안나 - 동백아가씨 보시리 2010-03-19 58427
168 이문재 - 노독 보시리 2010-02-28 56029
167 이문재 - 농담 [2] 보시리 2009-02-17 53071
166 정현종 - 방문객 file 보시리 2011-03-04 41644
165 황지우 - 겨울-나무로부터 봄-나무에로 file [11] 보시리 2008-04-26 33639
164 정호승 - 미안하다 file [4] 머시라고 2004-12-17 30330
163 김옥림 - 나도 누군가에게 소중한 만남이고 싶다 [4] 머시라고 2005-06-23 27182
162 도종환 - 우기 보시리 2005-05-09 25153
161 최원정 - 산수유 [2] 보시리 2010-03-13 24385
160 장이지 - 용문객잔 file 보시리 2009-03-22 21019
159 고정희 - 상한 영혼을 위하여 [3] 보시리 2005-02-19 19970
158 박제영 - 거시기 보시리 2010-03-20 19811
157 박노해 - 굽이 돌아가는 길 보시리 2005-05-14 18892
156 이정하 - 사랑의 우화 머시라고 2003-04-09 17551
155 원태연 - 한 여자를 사랑했습니다 머시라고 2003-04-02 17274
154 유재두 - 풀은 풀이라고 불렀으면 file 보시리 2011-10-24 17116
153 정호승 - 풀잎에도 상처가 있다 file [1] 머시라고 2004-04-03 17026
152 예이츠 - 이니스프리의 호수섬 file [1] 보시리 2009-09-24 16978
151 최형심 - 2250년 7월 5일 쇼핑목록 file [2] 보시리 2008-10-13 16972
외롭지 않으면 길을 떠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