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3 May, 2006

보시리 조회 수 3707 추천 수 0 목록


날개가 아까운 일이라고 해야 하는가요..?
나는 것이 두려워지는 새라..

어느 분 댁에서 오래 전에 본 사진과 글인데.. 하도 오래되어
어디였는지 기억이 나질 않습니다. 암튼..
처음 만드신 분이 누구시더라도 感謝.

산다는 것이 줄을 타는 것 같다는 생각을 합니다, 문득.
처음 줄 위로 올라서던 날.
진짜 혼자의 싸움이라는 사실 앞에
무서워서 떨어지고, 중심 못 잡아 떨어지고.
방심하다가 떨어지고, 딴 생각 하다가 떨어지고.

시간이 흘러 어영부영 感이란 것이 조금씩 생겨날 무렵.
무게 중심을 낮추고, 모든 느낌을 발바닥에 두고
제법 흔들리는 파동에 몸을 맞출 수 있다고 생각할 무렵.
이제 누군가에게 <줄타기란~?>하고 썰說도 좀 풀어보고 싶은 만용이
꿈틀거리려던 무렵.

터엉~!
나 아닌 제3의 요소가 내 줄 위에 덧대어져 흔들거리는 것을 보았습니다.
나 하나의 중심 잡는 것만도 복잡해 죽겠는데..
단순한 덧셈, 뺄셈, 곱셈, 나눗셈이 아닌.. 모냐~,이거시.
계산이 안돼.

정신없이 출렁대다가 그냥..
줄에 바짝 매달려 떨어지지 않겠다는 일념만 무성하게 되었습니다..

요즈음, 친구의 강권에 등 떠밀려..엊그제 주루룩~ 잠도 못 자고 본<굿바이 솔로>에서,
오랜 동창 친구인 미리(야무진 올인 순정파. 카페 얼굴마담~?)를 제발 지켜달라고
그녀의 곁붙이, 양아치씨(알고보면 의리파..자칭<나쁜 놈>인 깡패두목)에게
민호(카페 바텐더)가 부탁을 하자, 그 양아치씨가 대답하던 말이 인상적입니다.

민- 전 진지하게..

양- 진지는~ 밥상에서 찾어.
     지킨다는게 도대체 뭐냐.
     미리가 사는 이 방배동에 강도나 도둑놈이 출몰할지 모르니까
     보초를 서라는 거냐, 그런 거냐~?
     임마, 이 동네는 이 동네 경찰이 지켜, 자율 방범대도 있고.

-  저는 그 말씀이 아니라...

-  아니, 대체 미리를 뭐로부터 어떻게 지켜?
   걜, 감기로부터 지켜~, 암으로부터 지켜?
   교통사고 날지 모르니까, 차로부터 걔를 지켜?

-  그게..

-  감기나 암, 교통사고는 우리 모두 각자가 스스로 조심해야 되는거야, 누가 어떻게
   해줄 수 있는게 아니라고.

-  그래도,남자가 여자를 지키는 건, 남자로서..

-  야! 김민호~! 가서 세상 남자들한테 말해라.
   남자, 지들이나 잘 하라고. 여잔 말이다. 남자들이 속만 썩이지 않으면
   참으로 지 알아서 잘~사는 동물이야~,엉?  싸구려 소설 그만 봐라!!
   아늬, 지구 방위대도 아니고, 뭘 지키라는 거야, 대체~!!(궁시렁궁시렁)

- ....가방끈 짧다고 들었는데, 말빨 무지 쎄네~...

<굿바이 솔로(노희경),1부 (40;50~ 44;02)>

그들이 각기 나름대로의 줄타기를 합니다..흔들흔들.
서슴없이, 그저 내 몫의 외줄타기만 잘하면 그 뿐이라던 그들이,
세상은 나에게 아픔만 주는 곳이라며, 한껏 웅크리며 갑옷으로 중무장하고 곁을 감추던 그들이,
씨줄과 날줄이 얽어져서 무늬를 이루듯, 내 외줄이 아닌 이웃의 줄이 전하는 파동에도
같이 어우러지며, 기꺼이 <함께>보듬어가는 것을 보고.

정말로,주변에 온통 배울 것 투성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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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시라고

May 08, 2006
*.131.132.175

날개가 아까운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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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시리

May 08, 2006
*.132.17.96

그건, 손쉽게 그렇게 말들을 하고는 해서요.
날개가 있다고 해서 날지 않는 것을 아깝다고 할 수 있는가.
나는 것은 선택이라고 생각합니다.
날개가 있다면 날개 없는 존재보다는 운신의 폭을 선택할 여지가 더 넓겠지만
너는 날개가 있으니까 날아야 한다..는 것에 동의하고 싶지 않아서 쓴 말입니다.
내가 날기로 한다..라고 말할 수 있을까.

기다려보고 싶을 것 같습니다.
어떻게 할 것인가.
시야를 확장시키고. 날개에 얽매이지 말고. 빈칸까지 열칸~.(쫀쫀한 얽매임~ㅡ.ㅡ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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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시라고

May 12, 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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