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크대 앞에 서면, 눈에 가장 많이 띄는 것이 '스누피'다.
스누피 컵, 스누피 접시, 스누피 그릇, 스누피 수저와 젓가락 등.
아내는 스누피 캐릭터를 무척 좋아한다.
스누피 옷 매장은 아내가 발길을 돌리기에도,
아내의 발길이 떨어지게 하기에도 가장 힘든 곳일지 모른다.
아내가 뜬금없는 말을 걸어왔다.
"저번에 백화점 들렀는데, 스누피 그릇세트가 새로 나왔더라?"
이 말을 듣는 순간, 이 집구석 어딘가 감춰져 있을 새 디자인의 스누피 그릇이 하얗게 반짝이는 것 같았다.
"근데 안 사고 그냥 왔어, 잘 했지?"
언젠간 사고야 말겠다는 말보다 더 무섭게 들려왔다.
"이번 건 디자인이 너무 안 예쁘드라."
아내 눈에 안 내키게 한 디자이너에게 고마웠다.
그날 그 곳의 조명과 그릇들의 때깔에게 까지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