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학을 했어도 공대 쪽은 방학과 별반 다르지 않는데, 후배 녀석이 인문대 쪽은 거리에 사람이 장난 아니게 많다고 한다. 내가 개학을 느낄 수 있는 곳은 기숙사 식당 뿐이다. 너무 붐벼서 좋기도 하고 싫기도 한다. 오늘 점심식사 때는 옆자리에 여자가 앉았다. 나의 소심함으로 얼굴도 못 쳐다봤지만, 형체와 머리카락 길이, 목소리로 가늠해 보건데 여자인 것 같았다.
'나는 왜 여자를 못 쳐다볼까,,?'
'쳐다보더라도 눈이 마주치면 금방 피해버리고 마는가,,,?'
나는 만나는 사람마다 솔직했는데, 시선을 피하는 것은 솔직하지 못한 인상을 준다는 말만 들었다. 이런 고민 속에 몇 달 전부터는 어떤 여자가 쳐다보더라도 시선을 피하지 않아 보듯 하는 연습을 했다.
'오빠, 왜 절 그렇게 째려보세요? 저한테 화 나신거 있어요?'
'.....'
중학교 때, 그 날이 오기전까지 나는 오래달리기에서 꼴찌를 면해본 적이 없었다. 고교 입학을 위해 연합고사는 봐야겠는데, 체력장의 마지막 코스인 오래달리기가 문제였다. 그동안 4바퀴도 힘들었는데, 체력장에서의 5바퀴는 완주할 수 있을까.... 고민 끝에 오래달리기도 잘하면서 성질까지 좋은 친구에게 3바퀴만 손 잡고 뛰어달라고 부탁했다.
한바퀴 반 정도부터 체육선생님은 나의 이런 작태를 확인하시고, 손 떼라고 외치기 시작하셨지만 친구는 3바퀴의 약속을 지켜줬다. 친구의 1등을 가로막으며 나는 완주에 성공했다.
그러나 문제가 복잡해져 버렸다. 어쨋든 내가 친구에게 부탁한 것은 완주를 위한 것이었다. 하지만 3바퀴까지의 그 친구 도움으로 4바퀴, 5바퀴는 그리 힘들지 않았다. 손 잡고 뛰어주는 것이 이렇게 좋은건지 몰랐다. 결국 5바퀴는 완주도 못하는 녀석이 정당하지 못한 핸디캡으로 4~5바퀴에서는 욕심이 났고, 결국 꼴지에서까지 벗어나버렸다.
결승점을 통과해 주저앉아 있는데, 그 애가 다가왔다. 그리고 나 덕분에 골찌로 들어오는 학생을 가리켰다. 꼴찌라는 것이 누군가 벗어나면, 다른 누군가가 대신해야 한다는 것을 나의 욕심으로 망각해버린 것이다. 나의 비겁함을 경멸하며 내려보던 그녀의 눈빛,,, 그녀 친구들의 눈빛,,, 아마 이 사건으로 여자로부터 시선을 피하게 됐을까?
'씁!씁!후!후~'하며 조깅이 취미가 된 지금도 달릴 때마다 그 친구들 생각이 난다. 내가 이렇게 열심히 잘 뛰는 모습을 보여줘야 하는데 ^ㅁ^
'아싸비야~. 오빠, 달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