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마다 8월 15일 주간 중에 큰당숙모네, 둘째당숙네와 벌초를 했다.
새벽부터 정오까지 일을 마치고 오후에는 가까운 유원지에서 친척이 함께 휴가를 즐기는 것은 벌초의 별미였다. 남자들에게만 그런지 모르겠지만.
음력 6월에 벌초하는 것 아니라는 풍문과 6촌 형제들의 일정상 올해는 9월 1일 실시했다. 작년보다 2주 정도 늦춰진 셈이다.
그럼에도 큰당숙모 둘째아들네, 둘째당숙 아들네가 불참했고, 우리집은 아내의 출근과 막내 영철의 해외체류로 어머니, 나, 찬, 주현이 뿐이었다.
이번에는 경수리 고모네 형님도 함께하게 됐다. 고모님께 앞으로는 마음편한 삶이 펼쳐졌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예초기도 점검했고 해마다 말썽이었던 시동장치도 톱집(기계톱용) 가서 교체했다.
위험한 1자날도 원형날로 바꿨고 엔진도 무리가지 않게 가동시켰다.
군화 대신 등산화와 정강이 보호대를 착용했고, 달라진 건 뱀이 싫어한다는 백반(명반)만 없는 건데도 긴장감이 커졌다.
아~ 동생을 고모네 형님 보조로 할아버지 묘소에 먼저 보내고 혼자서 하다보니 두려움이 증가했나.
‘뱀과 돌부리 있는지 살피며 작업하고 멧돼지가 올수도 있으며, 벌집이라도 건든다면 빨리 기계 끄고 건빵주머니에서 모기약을 뿌려야 한다.’
되뇌며 작업하는데 지난주 태풍 볼라벤과 덴빈의 여파로 쓰러진 나무가 자꾸 진로를 막으며 힘겨움을 더한다.
주객전도 같지만 내게 벌초의 하이라이트는 묘소 관리보다 길 만들기인 것 같다.
당숙팀 쪽은 1자로 길이 보통인데 우리팀 쪽은 Y자로 길고 뻐치다.
왼쪽위 사진은 만들어야 할 길을 작업 전에 찍은 건데, 다시보니 그 오른쪽이 길이었다. 여기가 덜 무성해 이곳을 길이었던 곳으로 착각했다. 해마다 길내기 징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