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흰나비 떼 눈부시다
나 지금껏 꽃피고 꽃 지는 일만 생각했구나
꽃피고 꽃 지는 일만 서러워 했을 뿐
꽃이 피고 그 꽃이 진 자리
오랜 상처를 앓고 난 후에야 두 눈 깊어지듯이
등불처럼 내달은 열매를 키워간다는
참으로 당연한 이치도 몰랐던가
배꽃 지던 날 흰 나비떼 흰 나비떼
눈부시게 날아오르네
.......
사랑을 위하여 나 여지껏 기다려왔던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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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 전에, 안도현 시인의 <모악산 박남준 시인네 집 앞 버들치에 대하여>라는 긴 제목의
시를 올린 일이 있습니다.
어째, 시라기보다 오히려 화로 끌어앉고 수다떠는 폼새인 그 시를 읽으며 그 화롯불만큼
따뜻한 마음을 읽어 즐거웠는데, 오늘은 이제 그 박남준 시인의 시를 올립니다.
봄에 어린 쑥을 뜯어 향긋한 국이라도 끓여올릴라 치면, '고 어린 싹이 한번 살아보겠다고
그리 애쓰는데, 그걸 이리 뜯어먹는다'고.. 마음이 아파 밥을 넘기지 못한다는 정 많은
박 시인의 이야기가 냉큼 믿어지고..
그런 시인의 마음을 한켠에 잘 세워두고 읽으니 수채화 닮은 이 시의 자리가 진액 만진 것
처럼 눅눅해져왔습니다.
현상뿐 아니라 운명과 소명까지 짊어지자 하는.
사실, 몰랐겠습니까.. 다만 눈과 마음에 들어오지를 않았다는 말이겠지요, 아는 만큼만
보이고 보이는 만큼만 느낀다던 구절에서처럼, 같은 모습도 때가 되어야, 살아온 내력이
스며들어야 머리를 탕~하고 치는 것을요..
그저, 아직은 마지막 한 줄이 이해가 안되어 소화불량처럼 삭혀지지 못하고 있습니다,
아직은요. ^^
아주 친한 벗이 광주로 자리를 옮겼는데.. 오늘 눈이 왔다고 하더군요.
좋겠다고, 부럽다고 했습니다.
좋으시겠습니다. 부럽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