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인 못한 이야기들 - 반칠환
참외밭
누나, 누나, 여기 누가 참외 따갔네? 꼭지만 남았어.
아, 그거! 아마 고슴도치가 따갔나보다. 너, 고슴도치가 왜
밤송이처럼 가시가 돋쳤는지 모르지? 이빨로 참외꼭질 갉아서
똑 뗀 담에 등가시로 콕 찍어서 짊어지고 엉금엉금 기어간단다.
증말이야?
뒤란에 다람쥐
성, 니째 성, 나 다람쥐 한 마리만 잡아 주면 얽으미에 넣고 키우지.
임마, 다람쥐를 어뜨케 잡냐. 아, 한 가지 방법이 있긴 있다.
장독대 뒤에, 밤나무 밑에 다람쥐 많지? 다람쥐가 밤 줏어 먹느라
정신 없을 때 갑자기 바람 불면 알밤이 떨어져 가끔 다람쥐들이
뒤통수 맞고 기절한다더라. 알밤 맞은 다람쥐 보면
내 주워서 너 주지. 너도 바람 불 때 잘 봐라?
....... 알았어!
꿩동산
꿔어꿔꿔 - 엉 -
아부지, 꿩괴기가 닭고기보다 맛있나?
그으럼, 열이 먹다 아홉이 죽어도 모른단다.
아부지 그러면 꿩 좀 잡아오지.
니가 좀 잡아서 아부지 꿩괴기 맛좀 보여주거라.
에이, 내가 어떻게 잡아.
꿩 잡는 건 어렵잖다. 장끼 두 마리가 싸우기 시작하면
한 놈이 죽어야 끝나거든. 넌 가만히 쌈 구경하고 있다가
죽은 놈 한 마리 줏어오면 아부지가 구워주지.
으응........ 근데 어디서 싸워?
확인 못한 이야기들이 많지요, 예를 들어, 강물, 바닷물을 뽐뿌로 올려
비 만드는 공장은 대~체 어디에 있는지, 제주도 바다 밖, 이어도까지는
쪽배로 몇일이 걸리는지, 요즘은 성능 좋은 세탁기도 많이 나온다는데,
생각 많은 머리 안을 싹싹 빨아서 보송보송 말려 줄, 전자동 세탁기는
어디가면 살 수 있는지 등등.
투명하고 세련된 김윤아의 노래도 좋지만, 이런 날은 탁성의 한영애의 ,
<봄날은 간다>가 좋습니다.., 나른하게 누워있는 신작로도 떠오르고,
청노새 아닌, 덩치 큰 버스가 피워 올리는 먼지도 그려지고.
버스 지나가고 난 후의 아찔한 적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