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가 항상 한 곳에만 서 있다고 해서
갇혀 있다고 생각지 마라
움직이는 인간은 담을 쌓지만
서 있는 나무는 담을 허문다.
날아온 오동梧桐 씨 하나
자라서 제 선 돌담을 부수고
담쟁이 칡넝쿨 또한 담을 넘는다.
인간은 다투어 담을 쌓아
그 안을 삶, 밖을 죽음이라 이르건만,
그 안을 선善, 그 밖을 또
악惡이라 이르건만
모두는 원래가 한가지로 흙.
인간의 분별은
담과 담 사이에 길을 내서
길이 아니면 가지를 마라고 하나
나무에겐
이 세상 모든 곳이 또한 길이다.
< 담 - 오세영 >
담 .. 경계.
담을 보면 그래서 두 가지의 서로 다른 생각이 떠오릅니다.
안정과 평화로움.
혹은, 넘겨다 봄을 허락받지 못한, 차별화된 다른 세계.
담.. 안에 있는가, 담 밖에 있는가에 따라서 그렇겠네요.
안에서 보면..보호, 밖에서 보면.. 냉기.
담이 없었다면 별 관심을 두지 않을텐데..
담이 있으니, 궁금해지기도 하고..
오동씨가..담인줄 알고 부쉈을까..
담쟁이가.. 자신의 이름이 담~쟁이라서 기를 쓰고 넘었을까..
그러기야 했을라구요..
자신의 생명코드에 찍힌 삶을 열심히 살다보니..
담이 있는 줄도 모르고 허물고..
담이 높은 줄도 모르고 넘었겠지요..
새해를
두번 맞았습니다..
한국시간으로 한번..
현지시간으로 또 한번..
시간의 담을 넘겨다 보았습니다..
거리의 담도 넘겨다 보았습니다..
그리고~
열심히 폴짝폴짝 넘나들었더니..
담이 귀찮았는지..납작하게 주저앉아 버렸습니다~^^*
이 세상 모든 곳이.. 길입니다.
** 황규백作 <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