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 / 천상병
사람들은 모두 그 나무를 썩은 나무라고 그랬다. 그
러나 나는 그 나무가 썩은 나무는 아니라고 그랬다. 그
밤, 나는 꿈을 꾸었다.
그리하여 나는 그 꿈 속에서 무럭무럭 푸른 하늘에
닿을 듯이 가지를 펴며 자라가는 그 나무를 보았다.
나는 또다시 사람을 모아 그 나무가 썩은 나무는 아
니라고 그랬다.
그 나무는 썩은 나무가 아니다.
지난 2-3 일동안 마음의 준비를 하고 지냈습니다.
한 번의 소생술. 세 병의 영양 주사. 중환자실의 깊고 어두운 밤.
그 밤 속에 파삭하게 마른 껍질을 덮고 무의식 세계에 누워계신 할아버님.
지나치게 위축된 면역체계는, 우리 주변에 상존하는 바이러스조차
극복하지 못하여, 그 결과로 잠자리눈만하게 전신에 퍼져가는 맑은 물집들.
굳건하게 닫혀있는 눈과, 꺼릴 것 없이 열려있는 메마른 입.
뿌리 쪽으로 말려들어간 혀..
그 모습은 나의 어머니께서 그렇게도 사랑하시던 할아버님이 아니었습니다.
아무래도, 오래 버티시지 못할 것 같습니다.
가족들을 부르십시요.
가능한한 담담하게, 그러나 의지를 가지고 전달한 의사님의 선언이었습니다.
그 선언이 아니더라도 누구든, 한 눈에 어두운 검정 옷자락 끝을
곧이라도 문간에서 볼 것 같았습니다.
오늘, 할부님은 그 검불같은 상체를 추스리고 앉으셔서
영광스런 식사를 하셨습니다, 떨리는 손으로 겪으신 숟가락과의 투쟁.
오, 너 왔니..?
그래, 왔구나..
몇 일을 눈도 안 맞춰주시더니, 귀도 안 기울여 주시더니..
이제사 건네주시는 할부님 목소리가 하도 여려서..
마음이 그만, 물처럼 녹아 떨어졌습니다, 창 밖엔 비.
* 머시라고님에 의해서 게시물 이동되었습니다 (2007-05-25 03: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