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 May, 2007

장정일 - 내 애인 데카르트

보시리 조회 수 6533 추천 수 0 목록
□□□□□□□□□□□□□□□□□□□□□□□□□□□□□□□□□□□□□□

내 애인 데카르트

   그이가 말했다.
   생각해보니, 내가 당신을
   사랑하고 있는 것 같아!
   나는 대답했다.
   집어쳐요, 그딴 말
   생각하지 않고 사랑할 순 없어요?
   그러자 그는 심각해졌다.
   방금 그 말, 생각해 볼 문제야!


□□□□□□□□□□□□□□□□□□□□□□□□□□□□□□□□□□□□□□


전에 보았던 어느 드라마 중에 <소울메이트>가 있습니다.
일단~..보기 시작하였으나, 계속 본다는 것이 쉽지가 않았었습니다.. 어쩌자는 것이람..
이곳이, 내가 언어를 이해하는 나라 맞나..같은 혹성인가~.

드라마의 배경과 분위기를 설정함에 있어서, 인민 대세를 따를 필요야 물론 없지만,
전체 인구 중.. 나이의 범주로 보았을 때.. 대략 1/8.
그리고 경제력으로 보았을 땐, 꼭지점 1% 이내에 들 것 같은 이 막강한 특별함.

그러니까~..전체 인구의..0.125% 정도에 해당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는 것이니, 다소 알아듣기 어렵더라도.. 어쩌겠습니까~. ^^

암튼.

오랜 시간이 투자되어서 관전하는 동안에..
슬슬~땅거미처럼 퍼져가는 생각이 있었습니다..

어떻던 간에, 이들도 다른 모습이란 것은.. 그저 껍데기 뿐이구나.
예나 이제나.. 사랑이라는 감정 앞에서 불안해하고 두려워하는 마음.
<사랑은 확인이 아니라 확신입니다>라고 조언하지만, 그 말을 뒤집으면
확인해야만 불안함이 덜어질 것 같은 초조한 얼굴들,  
그건, 손해 볼 수 없어하는 심리를 말하는 것인가부다.

그리고는 다시 올라가서 읽었습니다.

'생각하지 않고 사랑할 순 없어요?'

생각하지 않고 사랑할 수 있나.
...할 수 있을 지도 모릅니다.

마음의 소리를 들어야 하는 이 감정의 흐름은 마치.., 자율신경계 같습니다.
자율신경계라는 것은 심장의 뜀이라던지, 땀이 솟는다던지,
머리가 쭈뼛 솟는다던지, 동공이 커진다던지, 소화가 되거나 잘 안되는 것처럼,
나의 사령탑의 이성적 지령을 받지 않는 치외법권 지구에 속하는 분야를 말합니다.
논리와 그다지 치밀한 관계를 유지하지 않는 곳입니다.

그러므로,
감정의 흐름을 조절하기는 어렵지만, 그래도 생각을 안 할 수는 없습니다.
왜냐면, 감정의 흐름은 자율적이더라도, 그 흐름이 뒷받침되어 나오는
행동의 결과를 두고 볼 때, 온통 자율적인 것에 맡겨 둘 수가 없는 사정 때문입니다.

그 갈등이 <괴로움>이겠지요..
이성과 감정의 시이소오 놀음에서 온전히 절딴 나는겨..

오늘도 지치지도 않고 데카르트는 문 앞에 서서 제 면전에 대고 중얼댑니다.

생각해보니,
생각해보니.

생각 좀 하며 살라고 그러나 봅니다..

이 다음 번 생각은 서울 하늘 아래에서 하고 있겠습니다.
글게~~..맘 같아서는 청계텬 물줄기 따라, 생각들 하나 하나 떨구며 걷게 될 수
있으면 좋겠군요,
할부님께서 많이 편찮으셔서.. 자신은 딱히 없지만, 개인적인 상황이 혹 허락 받는다면.

암튼,
3년 전에는 남쪽에서 올려다 보며 흔들던 손을, 이번에는 북쪽에서 남을 향해
함, 되게 열심히 흔들어 보겠습니다. ^^
List of Articles
번호 sort
30 한용운 - 떠날 때의 님의 얼굴 머시라고 2004-09-11 6703
29 천양희 - 외딴 섬 보시리 2007-05-09 6699
28 이기철 - 유리(琉璃)에 묻노니 보시리 2010-02-19 6681
27 정호승 - 밤벌레 [1] 머시라고 2004-10-21 6654
26 안도현 - 저물 무렵 file 머시라고 2004-06-19 6634
25 복효근 - 가시나무엔 가시가 없다 보시리 2009-02-01 6621
24 정호승 - 달팽이 [1] 머시라고 2004-03-11 6586
» 장정일 - 내 애인 데카르트 보시리 2007-05-17 6533
22 이정하 - 잊기 위해서가 아니라 박찬민 2003-07-23 6523
21 양애경 - 버스를 타고 돌아오며 보시리 2005-02-22 6515
20 정호승 - 나뭇잎을 닦다 [1] 머시라고 2004-10-20 6488
19 정호승 - 물 위에 쓴 시 [1] 보시리 2005-02-05 6483
18 천상병 - 강물 머시라고 2004-03-15 6473
17 김재진 - 너를 만나고 싶다 보시리 2005-01-18 6465
16 남유정 - 마음도 풍경이라면 보시리 2005-02-27 6453
15 심 훈 - 그 날이 오면 머시라고 2003-06-02 6427
14 안도현 - 강 [2] 머시라고 2004-12-16 6379
13 주근옥 - 그 해의 봄 file 보시리 2007-04-15 6346
12 신경림 - 가난한 사랑의 노래 file [2] 머시라고 2004-03-17 6289
11 제프 스완 - 민들레 목걸이 보시리 2005-01-04 6267
외롭지 않으면 길을 떠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