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 Apr, 2003

도종환 - 내가 사랑하는 당신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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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사랑하는 당신은

저녁숲에 내리는 황금빛 노을이기보다는
구름 사이에 뜬 별이었음 좋겠어
내가 사랑하는 당신은
버드나무 실가지 가볍게 딛으며 오르는 만월이기보다는
동짓달 스무 날 빈 논길을 쓰다듬는 달빛이었음 싶어.

꽃분에 가꾼 국화의 우아함보다는
해가 뜨고 지는 일에 고개를 끄덕일 줄 아는 구절초이었음 해.
내 사랑하는 당신이 꽃이라면
꽃 피우는 일이 곧 살아가는 일인
콩꽃 팥꽃이었음 좋겠어.

이 세상의 어느 한 계절 화사히 피었다
시들면 자취 없는 사랑 말고
저무는 들녘일수록 더욱 은은히 아름다운
억새풀처럼 늙어갈 순 없을까
바람 많은 가을 강가에 서로 어깨를 기댄 채

우리 서로 물이 되어 흐른다면
바위를 깎거나 갯벌 허무는 밀물 썰물보다는
물오리떼 쉬어가는 저녁 강물어었음 좋겠어
이렇게 손을 잡고 한 세상을 흐르는 동안
갈대가 하늘로 크고 먼바다에 이르는 강물이었음 좋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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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 대학입학생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내용이 떠오른다.
대학에서 제일 해보고 싶은 것에 대한 물음이었다.
결과는 압도적으로
사랑을 해보고 싶다는 것이었다.
그들이 꿈꾸는 사랑은,,
그 사랑의 대상은 어떤 사람일까?

내가 사랑하는 당신은,,
레이싱걸 오윤아의 몸매에
아나운서 황정민의 센스,
녹색당 페트라 켈리의 당당한 언변과 시야,
박미선의 눈치와 애교
심은하의 분위기에 이영애의 산뜻함,
그리고 이미연의 키와 재력 ^^;

현실적으로 나와 이루어 질려면
시력이 많이 안 좋아야 한다는 조건이 붙는다.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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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롭지 않으면 길을 떠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