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 Jun, 2003

김춘수 - 꽃

박찬민 조회 수 7580 추천 수 0 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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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꽃 ]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준 것처럼
나의 이 빛깔과 향기에 알맞는
누가 나의 이름을 불러다오.
그에게로 가서 나도
그의 꽃이 되고 싶다.

우리들은 모두
무엇이 되고 싶다.
너는 나에게 나는 너에게
잊혀지지 않는 하나의 눈짓이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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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게도 한때 좋은 시를 베껴놓은 노트가 있었다.
수업시간에 일기장과 그 노트를 책상 왼편에 놓고
필통으로 눌러두고서야
편한 마음으로 수업에 집중하다 잠이 들수 있었다. ^^;

그 첫장에 이 시를 적어놓고
색연필로 내가 키우던 개나리를 그렸던 기억이 난다.
여백 위주로 그렸으나
가끔의 가지는 적힌 글씨가 핀 꽃인랑 데롱걸려고 했던 것 같다.

꽃은 그 피고 짐과 행색 등이 고려되어
설득력 있게끄롬 인간에게 수많은 전설을 낳았다.

오늘은 개나리의 전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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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어느 부잣집에 중이 시주를 청하러 갔다.
그런데 부잣집 주인은 으레 "우리 집에는 개똥도 없소"라며 박대를 하였다 하니

옛 이야기 속의 부자들 무덤속에서 참 고통 크겠습니다 그려,,
부자집 나왔으니 다음은 뻔하지요??

그러나 이웃의 가난한 사람은 정성껏 시주를 했다.
그러자 중이 짚으로 바구니를 하나 만들어 주고는 어디론가 사라졌다.
그 속에는 신기하게도 계속해서 쌀이 쏟아져 나와 가난했던 사람은 금방 부자가 되었다.
이런 사실을 전해들은 이웃 부잣집 주인이 몹시 원통해 했다.
이듬해에 그 중이 다시 부잣집으로 시주를 청하러 갔다.
이번에는 부잣집 주인이 쌀을 시주하자,
중은 역시 짚으로 바구니 하나를 만들어 주었다.
부잣집 주인이 열어 보니 그 속에는 쌀 대신 개똥이 가득 들어 계속 흘러 나왔다.
주인이 놀라 그것을 울타리 밑에다가 묻어 버렸는데
거기에서 개나리가 자라나 꽃을 피웠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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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민

June 12, 2003

그냥 짚으로 바구니 하나 만들면 시주 받으러 다닐 필요없지 않나?
진실이라면 사람 시험할라고 겠지만
거짓이라면 시주 진흥책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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ㅋㅋ

June 12, 2003

이제 내 다이어리에 있는 시 두개 다 나왔네~~
김춘수님의 '꽃'하고 저번에 올린 황동규님의 '즐거운 편지'!!
기분이 넘 좋네요~~ 내가 좋아하는 시를 보니깐!!
군뎅~~ 이런 개나리 설화 같은건 마이 있으니깐, 넘 토달지 마세여~ 거의 모든 설화의 결론은 '차카게 살자!!'니깐!!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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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롭지 않으면 길을 떠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