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2 Jun, 2003

심 훈 - 그 날이 오면

머시라고 조회 수 6427 추천 수 0 목록
****************************************************

[ 그날이 오면 ]

그날이 오면 그날이 오면은
삼각산이 일어나 더덩실 춤이라도 추고
한강물이 뒤집혀 용솟음칠 그날이,
이 목숨이 끊기기 전에 와주기만 하량이면
나는 밤하늘에 나는 까마귀와 같이
종로의 인경을 머리로 드리받아 울리오리다.
두개골은 깨어져 산산조각이 나도
기뻐서 죽사오매 오히려 무슨 한이 남으오리까.

그날이 와서 오오 그 날이 와서
육조앞 넓은 길을 울며 뛰며 뒹굴어도
그래도 넘치는 기쁨에 가슴이 미어질듯 하거든
드는 칼로 이몸의 가죽이라도 벗겨서
커다란 북을 만들어 들처메고는
여러분의 행렬에 앞장을 서오리다.
우렁찬 그 소리를 한번이라도 듣기만 하면
그 자리에 거꾸러져도 눈을 감겠소이다.

****************************************************

암송하는 시 중 가장 확신을 가지고 문장마다의 숨결이 느껴지는 시인데요
얼마전까지 심훈이 아닌 이상의 시인줄로 착각하고 있었다. ㅡ.ㅡ;

열정,,, 너에게도 언젠가는 그런 게 있었다,
열정이 식었다 말하면서도
식어버린 걸 열정이라곤 부르지 않는다.
말 장난 좀 해보려 했는데,,, 힘들다.

과거 한 시대 모든 이의 가슴에 응얼이며 피끓이던 시가
지금 외면 받은 시가 되어 있다.

과거 그 또는 그녀와 죽도록 사랑하던 이가
지금 혼자 남아 있다.

누구에게나 '그날'은 있다.
그날은 과거이기보다 앞날이었으면 좋겠다.
List of Articles
profile 도종환 - 해마다 봄은 오지만 5864 5864
Posted by 박찬민 July 12, 2003 - 04:58:37
0 댓글
profile 황다연 - 제비꽃 5938 5938
Posted by 박찬민 Latest Reply by coach outlet October 08, 2013 - 05:41:50
4 댓글
profile 정현종 - 모든 순간이 꽃봉오리인 것을 7593 7593
Posted by 박찬민 Latest Reply by June 23, 2003 - 05:26:12
1 댓글
profile 김춘수 - 꽃 7581 7581
Posted by 박찬민 Latest Reply by June 12, 2003 - 04:24:44
2 댓글
profile 류시화 - 그대가 곁에 있어도 나는 그대가 그립다 6825 6825
Posted by 박찬민 July 04, 2018 - 01:28:17
0 댓글
profile 김현승 - 고독 15039 15039
Posted by 박찬민 Latest Reply by June 06, 2003 - 02:14:29
1 댓글
profile 이문재 - 거미줄 9519 9519
Posted by 박찬민 Latest Reply by chenlixiang August 13, 2018 - 23:02:20
1 댓글
profile 심 훈 - 그 날이 오면 6427 6427
Posted by 머시라고 January 19, 2017 - 01:16:32
0 댓글
profile 김용택 - 그리움 7073 7073
Posted by 박찬민 June 23, 2017 - 06:38:31
0 댓글
profile 류시화 - 길 위에서의 생각 7469 7469
Posted by 박찬민 Latest Reply by jinyizhixia May 16, 2018 - 07:26:39
2 댓글
profile 이정하 - 한사람을 사랑했네 3 7296 7296
Posted by 박찬민 April 07, 2016 - 05:59:48
0 댓글
profile 이정하 - 별 1 8067 8067
Posted by 박찬민 May 07, 2017 - 02:50:46
0 댓글
profile 정호승 - 수선화에게 9924 9924
Posted by 머시라고 Latest Reply by May 13, 2003 - 03:36:15
1 댓글
profile 정호승 - 사랑한다 9527 9527
Posted by 박찬민 Latest Reply by abc20 August 13, 2018 - 01:13:58
1 댓글
profile 안도현 - 기다리는 이에게 7689 7689
Posted by 머시라고 May 09, 2003 - 00:13:33
0 댓글
profile 도종환 - 울음소리 7739 7739
Posted by 박찬민 Latest Reply by chenyingying October 25, 2017 - 16:56:47
1 댓글
profile 황동규 - 즐거운 편지 file 7424 7424
Posted by 머시라고 September 23, 2016 - 12:15:23
0 댓글
profile 류시화 - 목련 15929 15929
Posted by 머시라고 April 15, 2003 - 06:49:10
0 댓글
profile 도종환 - 내가 사랑하는 당신은 9720 9720
Posted by 박찬민 August 13, 2018 - 23:42:06
0 댓글
profile 도종환 - 가까이 다가가고 싶었지만 7412 7412
Posted by 머시라고 August 13, 2018 - 23:35:07
0 댓글
외롭지 않으면 길을 떠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