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 Aug, 2007

정윤천 - 천천히 와

보시리 조회 수 15012 추천 수 0 목록
□□□□□□□□□□□□□□□□□□□□□□□□□□□□□□□□□□□□□□

   천천히 와

    천천히 와
    천천히 와
    와, 뒤에서 한참이나 귀울림이 가시지 않는
    천천히 와

    상기도 어서 오라는 말, 천천히 와
    호된 역설의 그 말, 천천히 와

    오고 있는 사람을 위하여
    기다리는 마음이 건네준 말
    천천히 와

    오는 사람의 시간까지, 그가
    견디고 와야 할 후미진 고갯길과 가뿐 숨결마저도
    자신이 감당하리라는 아픈 말
    천천히 와

    아무에게는 하지 않았을, 너를 향해서만
    나즈막이 들려준 말
    천천히 와.


□□□□□□□□□□□□□□□□□□□□□□□□□□□□□□□□□□□□□□


마음이 저릿해지며 눈이 아파오는 말.
일곱보시의 이야기를 하다가 건천의 봇물이 터지듯 속이 울렁거렸습니다.
정시인의 이 시가 떠올라서 그랬습니다.

역설의 말.
어서 보고싶다는 말.
그렇지만, 오는 길이 거치니 천천히 오라는 말.
난 괜찮다는 그 속 따뜻한 말..


List of Articles
번호 sort
150 정끝별 - 그만 파라 뱀 나온다 [2] 보시리 2009-12-09 15874
149 정호승 - 밥값 보시리 2009-09-30 15546
148 예이츠 - 이니스프리의 호수섬 file [1] 보시리 2009-09-24 16977
147 전건호 - 검침원 보시리 2009-08-08 13864
146 장이지 - 용문객잔 file 보시리 2009-03-22 21017
145 이문재 - 농담 [2] 보시리 2009-02-17 52888
144 복효근 - 가시나무엔 가시가 없다 보시리 2009-02-01 6620
143 김경주 - 드라이아이스 [1] 보시리 2008-10-25 8477
142 최형심 - 2250년 7월 5일 쇼핑목록 file [2] 보시리 2008-10-13 16969
141 잘랄루딘 루미 - 여인숙 머시라고 2008-09-02 7885
140 구상 - 꽃자리 [7] 머시라고 2008-05-26 11332
139 황지우 - 겨울-나무로부터 봄-나무에로 file [11] 보시리 2008-04-26 33638
138 김정란 - 말을 배운 길들 보시리 2008-02-25 16769
137 천양희 - 생각이 사람을 만든다 [2] 보시리 2008-01-21 6938
136 안현미 - 비굴레시피 보시리 2008-01-09 7726
135 이성복 - 물가에서 머시라고 2007-09-16 16757
134 윤성학 - 마중물 file 보시리 2007-09-10 7343
133 최문자 - Vertigo 비행감각 보시리 2007-08-26 7226
» 정윤천 - 천천히 와 보시리 2007-08-13 15012
131 박남희 - 이카루스식 사랑법 [1] 보시리 2007-08-06 7809
외롭지 않으면 길을 떠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