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2 Sep, 2008

잘랄루딘 루미 - 여인숙

머시라고 조회 수 7885 추천 수 0 목록
□□□□□□□□□□□□□□□□□□□□□□□□□□□□□□□□□□□□□□

여인숙

인간이라는 존재는 여인숙과 같다.
매일 아침 새로운 손님이 도착한다.

기쁨, 절망, 슬픔
그리고 약간의 순간적인 깨달음 등이
예기치 않은 방문객처럼 찾아온다.

그 모두를 환영하고 맞아들이라.
설령 그들이 슬픔의 군중이어서
그대의 집을 난폭하게 쓸어가 버리고
가구들을 몽땅 내가더라도.

그렇다 해도 각각의 손님을 존중하라.
그들은 어떤 새로운 기쁨을 주기 위해
그대를 청소하는 것인지도 모르니까.

어두운 생각, 부끄러움, 후회
그들을 문에서 웃으며 맞으라.
그리고 그들을 집 안으로 초대하라.
누가 들어오든 감사하게 여기라.

모든 손님은 저 멀리에서 보낸
안내자들이니까.

           - 잘랄루딘 루미, 회교 신비주의자

□□□□□□□□□□□□□□□□□□□□□□□□□□□□□□□□□□□□□□

♡ 시에 이어 보시리 님께서 보내주신 메일내용  
--------------------------------------------------------------
가끔, 아주 가끔은, 정확하게 근거를 알 수 없는 슬픔에 눌려
방 한 구석을 차지하고 앉아 있을 때가 있습니다.
숨을 들이쉬고 내쉬고, 들이쉬고 내쉬고..
반복하다가보면, 끝내 의지를 가지고 하지 않아도
자동으로 숨을 들이쉬고 내쉬는 때가 오리라.. 기다리는.
이 글이 그럽니다,
이런 묵직한 순간까지도 기꺼이 존중하면서 소중히 받아들이라고.
이런 순간도 역시, 내 생애 안에 목적하는 바 있는 의도적 궤도이라고.


머시라고의 글  (08-09-02 08:30)
--------------------------------------------------------------
기욤 뮈소의 『사랑하기 때문에』라는 소설에서 커너가 말한다.
 “막상 저에게 비극이 닥쳤을 때
  평소 많은 사람들에게 해준 조언이
  정작 제 자신의 고통을 치유하는 데는 그리 유용하지 않더군요”

언제 어떤 깊이의 절망, 슬픔, 기쁨이 찾아올 때까지 환영할 수 있을까.
깨달음을 통해 내가 매우 불리한 상황에 놓이게 된다면.....

일상 속에서도
만나고, 함께 생활하고, 알고 지내는 사람과의 상황 모두가
나의 단점을 보완하고, 기쁨을 주고,
인내와 친화 등의 능력 증진을 위해 찾아온 손님인가.

청소년기에 수능점수로 중요성이 높지 않았던 교과목들의 이름이
청년의 나에게 큰 실망을 안겨주는 것은
어떤 새로운 기쁨을 주기 위해서라고 믿고 싶다.

한편 나는 그 교과목 이름들과 다른 사람들에게 어떤 존재인가.
List of Articles
profile 정끝별 - 그만 파라 뱀 나온다 15875 15875
Posted by 보시리 Latest Reply by xiaojun January 16, 2018 - 13:59:50
2 댓글
profile 정호승 - 밥값 15546 15546
Posted by 보시리 March 04, 2018 - 15:30:24
0 댓글
profile 예이츠 - 이니스프리의 호수섬 file 16977 16977
Posted by 보시리 Latest Reply by chenlixiang August 13, 2018 - 17:23:56
1 댓글
profile 전건호 - 검침원 13865 13865
Posted by 보시리 August 13, 2018 - 01:51:40
0 댓글
profile 장이지 - 용문객잔 file 21017 21017
Posted by 보시리 August 13, 2018 - 15:11:09
0 댓글
profile 이문재 - 농담 52909 52909
Posted by 보시리 Latest Reply by chenlixiang August 13, 2018 - 07:50:07
2 댓글
profile 복효근 - 가시나무엔 가시가 없다 6620 6620
Posted by 보시리 August 03, 2015 - 00:42:27
0 댓글
profile 김경주 - 드라이아이스 8479 8479
Posted by 보시리 Latest Reply by Barbara August 13, 2018 - 01:51:20
1 댓글
profile 최형심 - 2250년 7월 5일 쇼핑목록 file 16969 16969
Posted by 보시리 Latest Reply by chenlixiang August 13, 2018 - 14:22:08
2 댓글
profile 잘랄루딘 루미 - 여인숙 7885 7885
Posted by 머시라고 August 13, 2018 - 00:49:19
0 댓글
profile 구상 - 꽃자리 11332 11332
Posted by 머시라고 Latest Reply by xiaoke July 04, 2018 - 05:49:31
7 댓글
profile 황지우 - 겨울-나무로부터 봄-나무에로 file 33638 33638
Posted by 보시리 Latest Reply by Teresa July 04, 2018 - 16:14:20
11 댓글
profile 김정란 - 말을 배운 길들 16769 16769
Posted by 보시리 August 13, 2018 - 15:17:10
0 댓글
profile 천양희 - 생각이 사람을 만든다 6938 6938
Posted by 보시리 Latest Reply by LMX August 03, 2015 - 15:39:58
2 댓글
profile 안현미 - 비굴레시피 7726 7726
Posted by 보시리 January 16, 2018 - 15:43:09
0 댓글
profile 이성복 - 물가에서 16757 16757
Posted by 머시라고 March 04, 2018 - 19:07:20
0 댓글
profile 윤성학 - 마중물 file 7344 7344
Posted by 보시리 July 04, 2018 - 12:36:17
0 댓글
profile 최문자 - Vertigo 비행감각 7226 7226
Posted by 보시리 August 13, 2018 - 17:31:52
0 댓글
profile 정윤천 - 천천히 와 15012 15012
Posted by 보시리 August 13, 2018 - 14:05:41
0 댓글
profile 박남희 - 이카루스식 사랑법 7809 7809
Posted by 보시리 Latest Reply by xiaoke July 04, 2018 - 14:50:10
1 댓글
외롭지 않으면 길을 떠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