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2 Jan, 2012

김춘수 - 西風賊

보시리 조회 수 15138 추천 수 0 목록


□□□□□□□□□□□□□□□□□□□□□□□□□□□□□□□□□□□□□□

  서풍적 西風賊

너도 아니고 그도 아니고, 아무것도 아니고 아무것도 아니라는데....
꽃인 듯 눈물인 듯 누가 그런 얼굴을 하고,
간다 지나간다, 환한 햇빛 속을 손을 흔들며....
아무것도 아니고 아무것도 아니고 아무것도 아니라는데, 온통 풀
냄새를 널어놓고 복사꽃을 울려놓고 복사꽃을 울려만 놓고,
환한 햇빛 속을 꽃인 듯 눈물인 듯 어쩌면 이야기인 듯 누가 그런
얼굴을 하고...


□□□□□□□□□□□□□□□□□□□□□□□□□□□□□□□□□□□□□□

오늘, 2012년의 첫날이.. 꼼짝없이 에누리없이 작년을 이제 그만 놓으라
하며, 그러면서도 속으로 조금은 안되었던지.. 마냥 따뜻한 햇살을 풀어
놓으면서 지나가고 있었습니다.

어제를 살아본 적은 있어도, 내일을 살아본 적은 없다.

아무리 마음이 뻐근하도록 지난 해, 지난 시간들에 미련이 남아도
할 수 있는 일은 내일을 준비하는 것 뿐입니다.
오지 않은 내일은 백지.
그 공간을 채워나감에 있어서 다양한 선조건들이 제약을 걸어오지만,
여하튼 할 수 있는 것은 내게 주어진 크레파스로 그림을 그리는 일
입니다.

일전에 보았던 위탄2에서, 윤일상스쿨의 멘티 중 한 사람인
'고음불가' 정서경에게 조규찬님이 해준 한 마디가 오래 마음에
남습니다.

"고음이라는 것은.. 우리 앞에 놓일 수 있는 여러 색깔의 크레파스 중
하나와 같은 것이예요. 여러가지 색깔의 크레파스가 있다고 할 때,
그것을 사용하던 하지 않던 간에, 다양한 색을 가지고 있는 것이 물론
유리하겠지요.
그러나, 그 하나의 색깔을 가지고 있지 않다고 해서 그림을 그릴 수
없는 것은 아니예요. 자신이 가진 색깔로 그림을 그리는 법을 배워가
면 됩니다."

자신에게 주어지지 않은 색깔들.

그것을 갖기 위해 애쓰는 방법도 있을 수 있고, 또는 자신이 가지고 있는
색을 더 선명하게 칠하는 법을 배울 수도 있을텐데.. 그것은 결국 본인의
선택이겠지요.

"안되면 되게하라." 라는 한 마디에서도 큰 도전을 받을 수 있습니다만,
저의 선택은.. 제 주머니 안의 씨를 심는 것입니다.

아~, 봄을 기다립니다. ^^



List of Articles
profile 김정란 - 눈물의 방 9009 9009
Posted by 보시리 August 13, 2018 - 17:11:31
0 댓글
profile 김수영 - 슬픔이 하나 12558 12558
Posted by 보시리 September 23, 2016 - 07:31:28
0 댓글
profile 백학기 - 오랜만에 쓴 편지 file 6077 6077
Posted by 보시리 August 13, 2018 - 14:56:47
0 댓글
profile 문태준 - 思慕 file 8666 8666
Posted by 보시리 March 24, 2017 - 15:56:46
0 댓글
profile 다카무라 고타로 - 도정 file 12552 12552
Posted by 머시라고 August 13, 2018 - 21:13:34
0 댓글
profile 김재진 - 보일러 file 15930 15930
Posted by 보시리 Latest Reply by 20170304caihuali March 04, 2017 - 02:10:46
2 댓글
profile 구상 - 그 꽃 5516 5516
Posted by 보시리 October 25, 2017 - 16:14:41
0 댓글
profile 김춘수 - 西風賊 file 15138 15138
Posted by 보시리 Latest Reply by clibin009 July 04, 2018 - 15:53:08
1 댓글
profile 유재두 - 풀은 풀이라고 불렀으면 file 17114 17114
Posted by 보시리 June 28, 2016 - 15:18:38
0 댓글
profile 김종삼 - 어부 12442 12442
Posted by 보시리 Latest Reply by Sherlyn July 04, 2018 - 06:31:45
10 댓글
profile 천양희 - 희망이 완창이다 6166 6166
Posted by 보시리 May 25, 2016 - 16:24:49
0 댓글
profile 정현종 - 방문객 file 41638 41638
Posted by 보시리 August 13, 2018 - 19:20:50
0 댓글
profile 류시화 - 들풀 10959 10959
Posted by 머시라고 Latest Reply by yanyan314 July 24, 2018 - 12:50:53
1 댓글
profile 박제영 - 거시기 19808 19808
Posted by 보시리 August 13, 2018 - 15:47:45
0 댓글
profile 서안나 - 동백아가씨 58161 58161
Posted by 보시리 August 13, 2018 - 16:43:39
0 댓글
profile 최원정 - 산수유 24383 24383
Posted by 보시리 Latest Reply by xiaoke June 21, 2018 - 16:35:14
2 댓글
profile 이문재 - 노독 55764 55764
Posted by 보시리 August 13, 2018 - 13:39:45
0 댓글
profile 이기철 - 유리(琉璃)에 묻노니 6681 6681
Posted by 보시리 January 16, 2018 - 17:57:08
0 댓글
profile 나호열 - 비가 후박나무 잎을 적실 때 8797 8797
Posted by 보시리 May 23, 2017 - 17:36:04
0 댓글
profile 박남준 - 흰나비 떼 눈부시다 7887 7887
Posted by 보시리 August 03, 2015 - 18:17:54
0 댓글
외롭지 않으면 길을 떠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