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 Oct, 2011

유재두 - 풀은 풀이라고 불렀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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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풀은 풀이라고 불렀으면

   그는 애당초 풀이었대
   집안에서 집밖에서
   사철 늘 푸르게 살아가는
   별난 다년생 풀이었대.

   비록 속은 비어 있어도
   한평생 고결하게 살아
   예나 지금이나
   사군자(四君子)로 통한대.

   목본(木本)이라고는 하지만
   나무과(科)에도 없는, 그를
   대나무라고 부르니
   울화통이 터질 것만 같대.

   아무데거나 뚝딱 잘라
   그의 속을 눈여겨보래
   나이테가 어디 있나
   풀은 풀이라고 불렀으면 좋겠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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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은 이야기가 있습니다.

내가 오래 겪어봤고 또 잘 아는 A 라는 분에 대해, 그만큼은 잘 모르는
B 라는 분으로부터, 전혀 모르는 C 라는 분의 말을 인용하여 설명을
들었습니다.

내가 오래 겪었던 그 마음으로 내 마음을 지켰습니다만, 그 설명이
길어질수록 말없이 묵묵히 듣고만 있던 내 마음은 구름이 끼어가는 듯
했습니다.

내가 나도 모르는데.., 벌써 20년 이상 같이 살아온 가족들에 대해서
조차도 모르는 것 투성이인데, 하물며 아무리 긴 시간을 겪어왔다고 해서
내가 A 라는 분에 대한 내 느낌의 맞고 틀림을 증명할 수는 없습니다.

결국, 이것은 내 안의 결정입니다.
굳이, 전혀 모르는 C 라는 분의 견해의 진위를 확인할 일은 아닙니다.

어느 누군가에 대한 나의 믿음은 나의 몫이고, 그 책임도 나에게 있게
되는 것이라고 결정합니다. A 라는 분에 대해 확신을 가져서라기보다,
그 분의 연약함에 대한 가능성을 제로로 두어서가 아니라, 결국
내가 접하게 되는 모든 input의 '해석'에 대한 최종책임은 내가 지겠다는
뜻입니다..

누구에게나 밝음과 어두움이 있습니다.
빛의 방향에 의해 그림자는 드리워지는 것이니.


결정까지는 시간이 걸렸지만, 이제 다시 마음은 가벼워 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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