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 Mar, 2010

박제영 - 거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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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거시기

  거시기한 맛이 읍서야
  긍께 머랄까 맥업시 맴이 짠~해지는, 거시기 말이여
  느그 시는 그기 읍당께로
  이 고들빼기 맹키로 싸한 구석이나 있으믄 쪼매 봐줄라나
  그것도 읍잔여
  한마디로 맹탕이랑께

  워따 가스내 맹키로 삐지기는
  다 농잉께 얼굴 피고 술이나 마시뿌자
  내 야그가 그로코롬 거시기 하면 서안나가 쓴 동백아가씨란 시가 있어야
  낸중에 함 보라고 겁나게 거시기 할텡께
  "장사이기가 오늘은 내 서방이여"
  이 대목에선 워매, 가심이 칵!
  환장해분당께

  아지매, 무다요 술이 읍서야
  지금 거시기해부렸응께 싸게 갖구 와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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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제영시인의 글]

  오늘은 아침이 아니라 밤에 편지를 쓰네요.^^

  아직 잉크도 마르지 않은, 졸시 「거시기」를 띄웁니다. 절대로 외국말로 번역이 불가능한, 오직 한국토박이만 읽을 수 있는, 글자 그대로 거시기한 시인데요... 이 시를 쓰게 된 속사정은 이러합니다. 서 안나 시인의 시, 「동백아가씨」를 읽으면서 장사익의 <동백아가씨>를 듣고 있는데, 아 글쎄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나는 겁니다. 참 거시기 하더라구요. 마음 한구석이 짠해지는 게 말입니다. 갑자기 감상평이 쓰고 싶어지더라구요. 그래서 펜을 들었는데 글쎄 쓰려던 평은 안 나오고 대신 거시기한 저 시 한편이 쓰여진 겁니다. 아시겠지만 가끔은 이렇듯 시가 시를 낳기도 합니다.^^

  그냥은 잘 모르실터이니 서안나 시인의 동백아가씨를 함께 감상하시기 바랍니다.


  어때요 탁배기 한사발 쭉 들이키고 싶지 않나요? 요즘은 탁배기같은 질그릇같은 시에 자주 눈이 갑니다. 나이를 먹는 것일텐데 어쩔 수 없지요... 맘 가는대로 몸 가는대로 가야겠지요 머^^

[출처] [소통의 월요시편지_177호] 거시기 / 박제영|작성자 마경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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