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6 Mar, 2006

童話詩 한마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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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구리네 한솥 밥 - 백 석

옛날 어느 곳에
개구리 하나 살았네,
가난하나 마음 착한
개구리 하나 살았네

하루는 이 개구리
쌀 한 말을 얻어 오려
벌 건너 형을 찾아
길을 나섰네.

개구리 덥적덥적
길을 가노라니
길가 보도랑에
우는 소리 들렸네.

개구리 닁큼 뛰어
도랑으로 가 보니
소시랑게 한 마리
엉엉 우네.

소시랑게 우는 것이
가엾기도 가엾어
개구리는 뿌구국
물어보았네―
(소시랑게야
너 왜 우니?)

소시랑게 울다 말고
대답하였네―
(발을 다쳐
아파서 운다.)

개구리는 바쁜 길
잊어버리고
소시랑게 다친 발
고쳐주었네.

개구리 또 덥적덥적
길을 가노라니
길 아래 논두렁에
우는 소리 들렸네.

개구리 닁큼 뛰어
논두렁에 가 보니
방아다리 한 마리
엉엉 우네.

방아다리 우는 것이
가엾기도 가엾어
개구리는 뿌구국
물어보았네―
(방아다리야
너 왜 우니?)

방아다리 울다 말고
대답하는 말―
(길을 잃고
갈 곳 몰라 운다.)

개구리는 바쁜 길
잊어버리고
길 잃은 방아다리
길 가리켜주었네.

개구리 또 덥적덥적
길을 가노라니
길 복판 땅구멍에
우는 소리 들렸네.

개구리 닁큼 뛰어
땅구멍에 가 보니
소똥굴이 한 마리
엉엉 우네.

소똥구리 우는 것이
가엾기도 가엾어
개구리는 뿌구국
물어보았네―
(소똥굴이야
너 왜 우니?)

소똥굴이 울다 말고
대답하는 말―
(구멍에 빠져
못 나와 운다.)

개구리는 바쁜 길
잊어버리고
구멍에 빠진 소똥굴이
끌어내 줬네.

개구리 또 덥적덥적
길을 가노라니
길섶 풀숲에서
우는 소리 들렸네.

개구리 닁큼 뛰어
풀숲으로 가 보니
하늘소 한 마리
엉엉 우네.

하늘소 우는 것이
가엾기도 가엾어
개구리는 뿌구국
물어보았네―
(하늘소야,
너 왜 우니?)

하늘소 울다 말고
대답하는 말―
(풀대에 걸려
가지 못해 운다.)

개구리는 바쁜 길
잊어버리고
풀에 걸린 하늘소
놓아주었네.

개구리 또 덥적덥적
길을 가노라니
길 아래 웅덩이에
우는 소리 들렸네.

개구리 닁큼 뛰어
물웅덩이 가 보니
개똥벌레 한 마리
엉엉 우네.

개똥벌레 우는 것이
가엾기도 가엾어
개구리 뿌구국
물어 보았네―
(개똥벌레야
너 왜 우니?)

개똥벌레 울다 말고
대답하는 말―
(물에 빠져
나오지 못해 운다.)

개구리는 바쁜 길
잊어버리고
물에 빠진 개똥벌레
건져주었네.

발 다친 소시랑게
고쳐주고,
길 잃은 방아다리
길 가리켜주고,
구멍에 빠진 소똥굴이
끌어내 주고,
풀에 걸린 하늘소
놓아주고,
물에 빠진 개똥벌레
건져내 주고...

착한 일 하노라고
길이 늦은 개구리,
형네 집에 왔을 때는
날이 저물고,
쌀 대신에 벼 한 말
얻어서 지고
형네 집을 나왔을 땐
저문 날이 어두워,
어둔 길에 무겁게
짐을 진 개구리,
디퍽디퍽 걷다가는
앞으로 쓰러지고
디퍽디퍽 걷다가는
뒤로 넘어졌네.

밤은 깊고 길을 멀고
눈앞은 캄캄하여
개구리 할 수 없이
길가에 주저앉아
어찌할까 이리저리
걱정하였네.

그러자 웬일인가,
개똥벌레 윙하니
날아오더니
가쁜 숨 허덕허덕
말 물었네―
(개구리야, 개구리야
무슨 걱정 하니?)

개구리 이 말에
뿌구국 대답했네―
(어두운 길 갈 수 없어
걱정한다.)

그랬더니 개똥벌레
등불 받고 앞장서,
어둡던 길 밝아졌네.

어둡던 길 밝아져
개구리 가기 좋으나
등에 진 짐 무거워
등은 달고
다리 떨렸네.

개구리 할 수 없이
길가에 주저앉아
어찌할까 이리저리
걱정하였네.

그러자 왠일인가
하늘소 씽하니
날아오더니
가쁜 숨 허덕허덕
말 물었네―
(개구리야, 개구리야
무슨 걱정 하니?)

개구리 이 말에
뿌구국 대답했네―
(무거운 짐 지고 못 가
걱정한다.)

그랬더니 하늘소
무거운 짐 받아 지고
개구리 뒤따랐네.

무겁던 짐 벗어놓아
개구리 가기 좋으나,
길 복판에 소똥 쌓여
넘자면 굴어나고
돌자면 길 없었네.

개구리 할 수 없이
길가에 주저앉아
어찌할까 이리저리
걱정하였네.

그러자 웬일인가
소똥굴이 휭하니
굴러오더니
가쁜 숨 허덕허덕
말 물었네―
(개구리야, 개구리야
무슨걱정하니?)

개구리는 이 말에
뿌구국 대답했네―
(소똥 쌓여 못 가고
걱정한다.)

그랬더니 소똥굴이
소똥더미 다 굴리어,
막혔던 길 열리었네.

막혔던 길 열리어
개구리 잘도 왔으나,
얻어 온 벼 한 말을
방아 없이 어찌 찧나?
방아 없이 어찌 쓸나?
개구리 할 수 없이
마당가에 주저앉아
어찌할까 이리저리
걱정하였네.

그러자 웬일인가
방아다리 껑충
뛰어오더니
가쁜 숨 허덕허덕
말 물었네 ―
(개구리야, 개구리야
무슨걱정하니?)

개구리 이 말에
뿌구국 대답했네―
(방아 없어 벼 못 찧고
걱정한다.)

그랬더니 방아다리
이 다리 찌꿍 저 다리 찌꿍
벼 한 말을 다 찧었네.

방아 없이 쌀을 찧어
개구리는 기뻤으나
불을 땔 장작 없어
쓸은 쌀을 어찌하나,
무엇으로 밥을 짓나!

개구리 할 수 없이
문턱에 주저앉아
어찌할까 이리저리
걱정하였네.

그러자 웬일인가
소시랑게 비르륵
기어오더니
가쁜 숨 허덕허덕
말 물었네―
(개구리야, 개구리야
무슨 걱정 하니?)

개구리 이 말에
뿌구국 대답했네―
(장작 없어 밥 못 짓고
걱정한다.)

그랬더니 소시랑게
풀룩풀룩 거품 지어
흰 밥 한솥 잦히었네.

장작 없이 밥을 지은
개구리는 좋아라고
뜰악에 멍석 깔고
모두들 앉히었네.

불을 받아준
개똥벌레,
짐을 져다준
하늘소,
길을 치워준
소똥굴이,
방아 찧어준
방아다리,
밥을 지어준
소시랑게,
모두모두 둘러앉아
한솥 밥을 먹었네.

날씨가..또 춥습니다, 비도 오시고.
화롯불같은 것이 그립군요..(본 일도 읍슴..^^;;)
바람은 갈래갈래 제멋대로 부시니,
민초..뭔가 따뜻한 이야기가 듣고 싶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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