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9 Oct, 2008

이제 지금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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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 아침에 길을 나서는데 안개가 소복했습니다.

낮게낮게 흐르는 안개가 따스한 느낌입니다.

요즘은 통 그런 느낌이 귀한 때라서, 그 온기를 품고 일터로 나갔습니다.

도처가 아픕니다. 경제도 아프고, 사회도 아프고, 나라 구석구석이 아프고,

폐품에 찌든 땅도 아프고, 하늘도 아픕니다.

이 지구상이 두루두루 아픕니다.

 

친한 동료 한 사람의 남편이 느닷없이 실직을 했습니다.

전혀 예상했던 것이 아니라서 본인이 더 놀랐고, 그동안 수입이 여유롭고 넉넉하던 두께만큼이나

그 충격은 결코 만만치가 않습니다, 왜냐하면 그렇게 살아가는 동안 쓰임새도 그에 걸맞았기 때문

인데, 실직뿐 아니라, 지니고 있던 모든 펀드, 주식이 이즈음 아시다시피 곤두박질인 마당에,

부동산까지 죄~ 묶여버리고..

뭐, 구체적인 용어나 상황은 제가 잘 아는 분야가 아니라서 정확하게 설명은 할 수 없지만,

암튼, 매달 들어오던 수입이 모두 얼어버렸으므로 졸지에 손발이 묶여버린 양상이 되었습니다.

이 태풍을 맞이하는 체감강도가 전혀 저와 비교할 수가 없어보였습니다.

 

주변보다 많이 여유있는 사람이면서도, 정많고 다른 사람을 항상 배려하며 늘 따뜻한 얼굴

이었는데, 요즈음은 수심愁心이 수심水深 깊어서 안타깝기만 합니다...

 

저도 이 태풍의 언저리, 병원이 닫힐락말락하는 이 급박한 상황에서 (실제로, 우리 병원

가까이에 있는 이스트베이 SURGERY CENTER는 현격하게 줄어든 수술로 한달간 그냥

문을 닫았습니다..)  월급이 평소보다 60% 줄어들었으므로 요즈음은 마치 흠씬 키질당한

느낌이라 정신이 한개도 없기 일쑤입니다. ^^;;;;

 

만고에.. 해결할 방법은 하나. 그저.. 안 쓰기. 하하..

 

요즘 병원에 가면 처음 하는 일이 생겼습니다.. 동료들을 한 사람 한 사람 안아주는 일입니다.

등을 두드려주고, 칭찬해주고.. 애교부리고, 이야기 들어주고, 웃어주고.

커피타다가 건네고, 스낵 꺼내다 주고.. 좋은 글 있으면 이메일 보내주고..

 

참 힘든 때를 지나가고 있습니다.

그래도 어찌보면 이렇게 모두 함께 힘든 것이 와중에 그래도 견디기 낫다 싶습니다. ^^

 

안개가 낮게낮게 덮고 있었습니다.

남자, 여자, 부자, 안 부자, 까만 사람, 하얀 사람, 높은 사람, 낮은 사람 안 가리고

모두를 토닥토닥 덮어주고 있었습니다.

그 안개가 참 따뜻해 보였습니다.. 돈도 안들이고 따뜻하게.

그래서 그런 안개를 좀 피워보고 싶어졌습니다, 돈도 안드는데 말이지..

 

 

 


profile

머시라고

October 13, 2008
*.147.137.46

아, 주식~
저도 토닥토닥 ^ㅁ^
profile

이기다

October 21, 2008
*.241.147.20

아..펀드 그냥 마음비우고 있어요.. 님의 글을 읽으니 마음이 위로가 되요..저도 오늘은 주변사람들을 토닥토닥해줘야겠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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