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 Feb, 2006

자반 고등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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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간고등어 한 손 / 유안진 >

   아무리 신선한 어물전이라도
   한물간 비린내가 먼저 마중 나온다
   한물간 생은 서로를 느껴 알지
   죽은 자의 세상도 물간 비린내는 풍기게 마련
   한마리씩 줄 지은 꽁치 옆에 짝지어 누운 간고등어
   껴안고 껴안긴 채 아무렇지도 않다

   오랜 세월을 서로가 이별을 염려해온 듯
   쩔어든 불안이 배어 올라가 푸르러야 할 등줄기까지 뇌오랗다
   변색될수록 맛들여져 간간 짭조롬 제 맛 난다니
   함께한 세월이 갈수록 풋내나던 비린 생은
   서로를 길들여 한가지로 맛나는가

   안동 간고등어요
   안동은 가본 적 없어도 편안 안(安)자에 끌리는지
   때로는 변색도 희망이 되는지
   등푸른 시절부터 서로에게 맞추다가 뇌오랗게 변색되면
   둘이서도 둘인줄 모르는
   한 손으로 팔리는 간고등어 한쌍을 골라든
   은발 내외 뒤에서서 차례를 기다리는 반백의 주부들


안동은 내륙중의 내륙인지라 뱃길이 닿지 않아 냉동시설이 없던 옛날에는
생선을 구할 길이 없었다.
그래서 고등어에 굵은 왕소금을 잔뜩뿌려 절여서 가져와 상하지 않을 수 있었으니
그렇게 만든 자반고등어는 짜도 보통 짠게 아니었다.
그래도 이 간고등어는 안동사람들의 밑반찬으로 애용되어
반의반 토막을 썰어 놓고 온식구가 밥을 다 먹기도 한다.
전라도 음식으로 치면 밥맛 돋우는 젓갈 구실도 하는 셈이다.
그래서 어려서부터 여기에 입맛을 길들인 안동사람들은 간고등어가 없으면 서운해하며
안동에만 틀어박혀 산 아이들은 생선은 간고등어 외엔 없는줄로 알고 자란다.
  ...
그런데 언젠가 여럿이 전라도 음식 잘하는 집에 가서 저녁 한끼를 환상적으로 먹은 적이 있다.
식사후 다른 사람들은 벽에 기대 두 다리를 뻗고 담배 피우며 먹은 음식마다 짚어가면서
젓갈도 맛있고 전도 잘 부쳤고, 회도 좋았고, 고막도 간이 잘 먹었고 하며 되새김하듯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그러나 안동사람인 도현이 형만은 아무 말 없이 가만히 듣고만 있더니
이윽고 나를 부르면서 큰 소리로 묻는 것이었다.

"준아, 니, 간고등어 먹어봤나? "
이것은 안동인의 자존심이기도하다.

<유홍준의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북부경북순례에서>          


얼마 전에 드듸, <식객> 10권을 받았습니다.
따끈따끈 하죠~.^^*
오늘도 경건한 마음으로다, 일단 허영만 작가선생님께 경의를 표한 후
첫 장을 열었습니다. 자반 고등어 이야기로 시작이 됩니다.
옛날, 모든 생선이 영덕에서 올라왔기 때문에, 꼬박 이틀 걸리는 거리를
운반해야 했다지요.
게다가 지방분이 많아, '고등어는 살아있어도 썩기 시작한다'는데..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마련된 방법이 위의 글과 같이 <염장>이였답니다.
위의 유홍준님의 글에는 한가지만 제시 되었지만, 실제, 세가지가 있는데,
우선, 잡자마자 선상에서 간하는 방법, 둘째로 포구까지 운반해 와서 간하는 방법.
그 다음은 부패직전에 소금을 뿌리는 방법...이지요.
안동 간 고디~는 이 세번째 방법을 쓰는 것입니다.
그런데, 그것이 <꼬랑지도 빨아먹고 싶을 정도의 맛>이라네요.^^*

복잡한 설명을 하자면, 고등어의 독톡한 맛은 단백질, 히스티딘 탓인데
신선도가 떨어지면서 히스티딘이 식중독의 원인물질인 히스타민으로
변형된답니다. 그,히스타민이 많이 생성되기 전...
즉 부패 직전에 맛 효소들이 가장 많이, 줄줄이~나온다나요.
고등어를 영덕에서 안동까지 싣고 오는데 걸리는 이틀...
이것은 바로 부패되기 직전의 시간이고, 그 때 바로 간해서 부패를 막는 염장을 하여
<안동식 간고등어>를 만들었던 것이지요.
잘 되면 숙성. 잘못되면 썩은 생선.  ^^

여기서 50년 경력 간잽이, 이동삼 선생님을 만났습니다.
하루 600손, 1,200마리의 고디~를 간하시는 선생님.
간고디~의 핵심은 <간>.
고디가 작음 15g, 크면 20g을 뿌리는데, 그 손이 저울입니다.

" 일하는 게 즐거우세요?"
" 이래도 한 세상 저래도 한 세상이래.
  못 피할 일이믄 기왕이믄 즐겁게 하는 거가 낫데이.

  수연낙명隨緣樂命~!

  모든 일이 내 운명이니께네 밀어내지 말고 받아들이라는 뜻이래.
  간잽이는 내 운명이래. 하하하하~!
  그고, 음식 만지는 사람은 이래 즐겁게 일을 해야 음식맛도 좋은 거래. "

정어리, 전갱이, 꽁치와 더불어 4대 등푸른 생선으로서,
싼 값으로 서민곁에 있어 상을 풍성하게 해주어왔던 고등어..
맛이 좋은 제철(가을) 고등어는 가을 배와 더불어 며느리에게도 주지 않았다는
우스개 소리도 있었습니다.
예전에 어렵던 시절에는 "독간(독에다가 소금과 번차례로 쌓아 염장한 것)"한
고등어 한 토막으로 온 식구가 먹었습니다. 아주 짰기 때문이지요.
요즘은 너무 강한 간을 좋아라하지 않으므로 "얼간(중간이라는 뜻의 사투리)"
고등어가 더 우세하다고 하구요.

아~! 그리고, 식객의 주인공은 "성찬"君인데, 그는 車장수입니다.
다시말해, 차에다가 물건을 싣고 주택가를 다니면서 파는...보부상~? ㅋ
하지만 그의 음식과 재료에 대한 태도는 매우 진지합니다.
10편에서 그는 그의 운명적 라이벌인 "오봉주"와 자반 고등어 겨루기를 하게 되는데
여기 그의 음식에 대한 마음을 얘기 하드군요, 눈을 반짝반짝 빛내며~.

" 오봉주와의 승부에서 이기겠다고 열심히 하는 것이라고만 보지 마라.
  이건 음식을 만드는 작업이야. 인간의 가장 큰 욕심, 즉 성욕,물욕,식욕중 하나인
  食慾을 다루는 과정이다.
  나는 음식을 만들 때 흥분하고 열중한다. 감사하고 희열한다.
  대충대충 음식을 만든다는 것은 내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아 !! "

ㅎㅎㅎ..
저야, 음식 만드는 열정도 없고,먹은 것도 대강 먹지만, 그의 그런 자세가 좋습니다.
어떤 일이든, 열심인 사람은 모두 좋아 보입니다.
11권부터는 성찬군에게도 선생님이라고 부를 지도 모릅니다. ^^

암튼, 그렇게 해서 고등어 자반 이야기가 흘러가는데..
책에서 솔~솔~ 넘쳐나는 고소한 자반 고등어 구이 냄새...
아~!!  밥 얘기하믄 안되는데~~~~배 고프닷.
글고.. 그 생고등어/김치조림도 생각납니다, 에공...ㅡ.ㅜ..

그건 글코~, 느닷없이
<염장을 지른다>의 염장이 같은 말인지가 궁금해졌습니다..
짠 소금을 열린 상처에 흩뿌려 더 쓰리게 한다는 말인가~~???

***사진- 최민식 선생님의..제목을 몰라 '오수'라고 부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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