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오다 말다.
장마가 오다 말다..
여기는 지금이 건기이기 때문에 비를 기다리려면 11월까지 인내심을 발휘해야 합니다.
햇볕은 쨍쨍 모래알은 반짝.
비가 오면 비가 와서 무거워지고, 해가 나면 해가 비쳐서 더웁다는 우리 영장류.
오늘은 이끼에게서 한 수 배우네요.
사랑에 빠지면 눈이 멀거나
눈이 환하게 밝아진다고 했거니와
이끼가 알고 있는 건
그늘이 허공의 전부라는 것
그늘은 그래서 자기 몸을 덮을 수 있는 데까지
다른 몸에다 덮어보았던 것이고
몇백 번이고 몇천 번이고 덮어보았던 것이고
그러니 사랑에 눈 먼, 환한 저 이끼를
그늘의 육체라고 부르면 안되겠나
- 이끼, 안도현 -
자기가 알고 있는, 존재하는 세계 안에서 환~하게 눈 먼 이끼가.
바로 구상님의 <앉은 자리가 / 꽃자리니라>에 버금가는 선언 아니겠습니까.
우리의 삶은 너무도 약하여서, 어느 날 문득 장난감처럼 망가지기도 한다.
언젠가는 변하고 언젠가는 끝날지라도, 그리하여 돌아보면 허무하다고 생각할지라도
우리는 이 시간을 진심으로 살아갈 수 밖에 없다..
머리 안에 비가 오더라도, 이 은호가 전해주는 말은 위로가 됩니다,
우리는 이 시간을 진심으로 살아갈 수 밖에 없다.. 마음에 푸른 하늘 우산을 씌우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