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 Jul, 2006

4. 어른들이 좋아하는 것

보시리 조회 수 3499 추천 수 0 목록


4. 어른들이 좋아하는 것

그러나 그게 별로 놀라운 일은 아니었다.
지구, 화성, 금성 이렇게 이름을 갖고 있는 큰 행성들 외에 때로는 망원경
으로도 잘 보이지 않는 아주 작은 별들이 수백 개도 더 있다는 것을 나는
알고 있었다. 천문학자가 이런 별을 발견하면 이름 대신 번호를 붙여 준다.
예를 들어 `소행성 3251'이라고 부르는 것이다.

나는 어린 왕자가 소행성 B612에서 왔다고 생각한다.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 이 소행성은 1909년 터키의 어느 천문학자가
단 한 번 망원경으로 보았을 뿐이다. 이 천문학자는 국제천문학회에서
자기가발견한 것을 당당하게 발표했다. 그러나 그가 입은 옷 때문에
누구 하나 그의 말을 믿지 않았다.

어른들은 항상 그렇다

소행성 B612를 위해서는 참으로 다행스럽게도, 그 후 터키의 독재자가
백성들이 유럽식 옷을 입지 않으면 사형에 처한다는 명령을 내렸다.
그 천문학자는 1920년에 아주 근사한 양복을 입고 다시 발표했다.
이번에는 모두 그의 학설을 받아들였다.

내가 소행성 B612에 관해 이렇게 자세히 이야기하고 그 번호까지 밝히는
것은 모두 어른들 때문이다. 어른들은 숫자를 좋아한다.
여러분들이 새로운 친구를 사귀면, 어른들은 가장 중요한 것은 전혀 물어
보지 않는다.

"그 애의 목소리는 어때? 그 애는 무슨 놀이를 좋아하지?
그 애도 나비를 채집하니?"
절대 이렇게 묻지 않는다.

"그 앤 몇 살이지? 형제는 몇 명이야? 몸무게는 얼마나 나가지?
그 애 아버지가 돈을 잘 버니?"  이런 것들만 묻는다.
이런 걸 알아야 어른들은 그 친구를 제대로 알고 있다고 생각한다.

만일 여러분이,
"아주 아름다운 장밋빛 벽돌집을 보았어요. 창문엔 제라늄, 지붕 위엔
비둘기가 있고…"  이렇게 어른들에게 말하면, 어른들은 그 집을 머리
속으로 떠올리지 못한다.

그러나 "십 만 프랑 짜리 집을 보았어요" 라고 말하면 그들은 비로소
소리친다.
"야, 얼마나 멋질까?"

여러분이,
"어린 왕자는 무척 멋이 있었고, 밝게 웃었으며, 양을 갖고 싶어했다.
누군가 양을 갖고 싶어한다는 것은 그 사람이 살아 있다는 증거" 라고
어른들에게 말한다면, 그들은 어깨를 으쓱하며 여러분을 어린아이로
취급할 것이다..

그러나 ,
"그는 소행성 B612에서 왔다"고 말하면 어른들은 곧 알아듣고, 쓸 데 없는
질문을 늘어놓아 여러분을 귀찮게 하지는 않을 것이다.
어른들은 이렇다. 그들을 나무라서는 안 된다.
어린이들은 어른들에게 아주 너그러워야 한다.

그러나 삶을 이해하는 우리는 물론 숫자 같은 것을 우습게 여긴다.
차라리 이 이야기를 옛날 요정들 이야기처럼 시작했으면 더 좋았을
것이다.
즉, 이렇게 이야기했다면 훨씬 좋았을 것이다.

"옛날에 자기 몸보다 조금 더 큰 별에 어린 왕자 한 명이 살고 있었다.
그런데 그는 친구가 갖고 싶어서…" 삶을 이해하는 사람들에게는 이런
이야기가 훨씬 더 진실하게 들렸으리라.

내가 그렇게 이야기하지 못한 것은 다른 사람들이 내 책을 가볍게 읽는
것이 싫었기 때문이다. 이제 그 추억을 이야기하려니 너무 슬프다.
내 친구가 양을 데리고 떠난 지 벌써 육 년이나 흘렀다.
내가 여기에 그 모습을 그리려고 애쓰는 것은 그 애를 잊지 않기 위한
것이다. 친구를 잊는다는 것은 슬픈 일이다.
누구나 다 친구를 가지는 것은 아니다.

나도 숫자 밖에는 관심이 없는 어른들처럼 되어 버릴지도 모른다.
내가 다시 그림물감 한 통과 연필 몇 자루를 사온 것은 이 때문이다.
여섯 살 때 속이 보이는 보아 뱀과 보이지 않는 보아 뱀을 그린 것 외에는
전혀 그림에 손을 대보지 못한 내가 이 나이에 다시 그림을 시작하는 건
힘든 일이다.
나는 힘이 닿는 한 그와 비슷한 초상화를 그리려고 노력할 것이다.
그러나 잘 될지는 모르겠다. 어떤 그림은 그런 대로 괜찮지만 어떤 그림은
아주 엉뚱한 것이 되어 버린다.
키를 어림잡기도 어렵다. 이 어린 왕자는 너무 크고, 저건 너무 작다.
옷 색깔도 망설여진다. 나는 어쨌든 이리저리 더듬어 본다.
그러나 결국 아주 중요한 부분에서 실수할 것 같다.
그래도 나를 용서해 주어야 한다. 내 친구는 아무 설명도 해 주지 않았다.
내가 자기와 같으리라고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불행히도 나는 이미 상자 속에 있는 양을 볼 줄 모른다.
어쩌면 나도 어른처럼 되어 버렸는지도 몰라..
아마 늙어 버렸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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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시라고

July 12, 2006
*.131.132.175

줄간격이 너무 좁아요. ㅡ.ㅡ;
저 같은 경우는 요즘 눈이 아파 무조건 출력해서 보는데,
긴 이미지는 절래절래 ^^
profile

보시리

July 12, 2006
*.231.248.232

글쿤요..
그래서... 그 과정을 생~무시하고 글만 다시 올렸습니다.
줄간격 잘 빠지게.
얻은 것이 있음 잃는 것도 있네요.
그림들은 아마 앞으로 대략 생략을 하게 되겠습니다..

아님,그냥 요까지만 하든지. 봐서.
profile

머시라고

July 13, 2006
*.131.132.175

올려주시는 글, 항상 감사하게 읽고 있습니다.
줄간격 좀 넓히시고, 그림으로 하시는 것도 좋을 것 같아요.
텍스트 파일(.txt)은 첨부하시고요.
이래라~저래라~ 바라는게 너무 많나? ^^
profile

보시리

July 13, 2006
*.132.15.72

예~..바라는 게 헐..많으시군요~.
저기.. 기억하실랑가 모르겠는데..
저는 쌩독수리타법에..낫놓고 엘(L)이라고 읽는 컴맹일겁니다.
..ㅎㅎㅎ 암튼~...왕~삐짐의 氣를 판독 하셨구랴~. ㅋ

에,또 나름대로 변형대응해서 올립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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