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9 Oct, 2009

별까지는 가야 한다

보시리 조회 수 14157 추천 수 0 목록

  

   별까지는 가야 한다 / 이기철


   삶이 먼 여정일지라도
   걷고 걸어 마침내 하늘까지는 가야 한다
   닳은 신발 끝에 노래를 달고
   걷고 걸어 마침내 별까지는 가야 한다

   우리가 깃들인 마을엔 잎새들 푸르고
   꽃은 칭찬하지 않아도 향기로 핀다
   숲과 나무에 깃든 삶들은 아무리 노래해도 목쉬지 않는다
   사람의 이름이 가슴으로 들어와 마침내
   꽃이 되는 걸 아는 데
   나는 쉰 해를 보냈다
   미움도 보듬으면 노래가 되는 걸 아는 데
   나는 반생을 보냈다

   나는 너무 오래 햇볕을 만졌다
   이제 햇볕을 뒤로 하고 어둠 속으로 걸어가
   별을 만져야 한다
   나뭇잎이 짜 늘인 그늘이 넓어
   마침내 그것이 천국이 되는 것을
   나는 이제 배워야 한다

   먼지의 세간들이 일어서는 골목을 지나
   성사(聖事)가 치러지는 교회를 지나
   빛이 쌓이는 사원을 지나
   마침내 어둠을 밝히는 별까지는
   나는 걸어서 걸어서 가야 한다

 



  요즈음, 유일하게 하는 운동이 '빠르게 걷기'이다보니.. 시에서조차도 '걸어'란 말이 나오면

일단 반갑습니다.

 

또하나 떠오르는 것은 요즘 완전 꽂혀있는 이현세선생님의 '버디'에서, 바람의 속도를

축정하는 장면인데, 손으로 풀을 한웅큼 뜯어서는 공중으로 휘리릭 날리더군요.그래서

그 풀잎이 한 걸음 전방에 떨어지면 초속 몇 미터, 두 걸음 떨어지면 몇 미터, 열 걸음 떨어

지면... 이렇게 측정해서 그것으로 공을 어떤 방식으로 다룰지를 가늠하는 장면이 있었어요. 

 

반면, 제가 바람을 재는 방식은 순전히 주먹구구입니다.

눈썹까지 눌러쓴 모자와 귓등을 스치며 요란하게 세엑세엑대는 그 느낌의 강도?

 

여하튼, 이기철 선생님의 말씀이... 그렇게 걸어서 우리 동네까지 와야 된다시네요..,

우리 동네.. 별클리, 별크는 마을. ^^

 

별에 가기까지, 그 전까지는 우리는 지구 위에 발을 대고 살게 됩니다.

오늘, 쥔장님과 신사장님의 짧은 안부를 읽으면서 명치께가 살짝 찌르르 했습니다.

만만하지 않은 세상과 소심과 작아짐과 두려움, 지침, 상심..등의 단어들이 마치 

찰과상입은 부위처럼 예민했습니다.

 

이 찰과상은 실로, 삶을 견디어낸 업적이 아닌가요..

책임지지 않을 마음이라면 두려움도 지침도 상심도 만만치 않다는 부담도 없을텐데,

그것을 어깨에 지고 가겠노라는 결단이 이런 것들을 감수하도록 만든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지키고싶은 것이 있을 때 그것은 아킬레스 건이 되기도 하고, 또, 지키고 싶은 것을 위하여

때로는 오뚜기처럼 일으켜 세우는 힘이 되기도 하고.. 뭐 그런 것이라지요.

(존경하는 우라사와 나오키선생님의 역작, 20세기 소년에 나오는 귀절..을 본따봅니다..)

 

Head in the clouds 라는 숙어가 있더라구요.

자신의 머리를 구름 속에 박고서.. 이상에 빠져 헤매고있는 사람을 일컫지요.

그래서, Keep your feet on the ground (현실을 잊지 마라)라고 타이르고.

 

사실, 용기는 자신이 생명처럼 여기는 어떤 가치를 -더 소중한 것을 위하여- 내려놓는

일이 아닌가 싶습니다.

자존심이 생명인 사람이 자존심을 굽히는 일..

경제적인 압박 가운데에서 지갑을 여는 일..

숨 쉴 시간도 없는데 그 시간을 들이는 일..

나 자신의 소중함을 내려놓고 다른 사람을 세우는 일..등.

 

지금, 가족이라는 절대가치를 지키기 위해 세상이라는 전장戰場에 선 울 쥔장님과 신사장님,

그리고 모든 소중한 분들께 박수를 보냅니다.

그것은 굳은 살 모양의 훈장이 되어 마지막 날까지 기억될 것입니다..

 

그래도 가끔은..그럼에도 <내 안의 어린아이>의 목소리도 조금은 들어주는 분들 되시기

바랍니다, 하여..

 

Keep Your Feet on the Ground, and Keep Reaching for the Sta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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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시라고

November 09, 2009
*.147.137.141

답답하고 멍~해질때마다 읽어보면 힘이 솟네요.
[착한 시풍경]에 안써져서 이곳에 남기셨나요?
profile

보시리

November 10, 2009
*.207.252.183

"착한" 시풍경이 안 받을 리가..흠..몇 번 있긴 했네요. ^^
그것은 아니었고, 그저, 착한 시풍경에는 '시'가 주인공이다 싶은데, 이 글은 이 글을
읽고 힘나실 분들이 주인공이라 생각하여 이곳에 올렸습니다, 오야맘.. ^^

힘이 솟으신다니 저도 아주 힘이 납니다. 뿌듯도 하구 말이죠.
제가 요즘 빠져있는 시인은..김경선 시인입니다.
마치, 붉은 선인장꽃처럼, 정열적이면서도 샅샅이 파헤치는 가시도 슬쩍 숨겨놓고,
날카롭게 사물의 속성을 바라보고 표현하는 재기에.. 즐거운 소름이 돋고 있습니다.
가까운 미래에 한 편 소개하겠습니다. ^^

그곳처럼 이곳도 우우~~ 쪼끔 춥군요. 감기조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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