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날 아름다운 것은
꽃이라 생각했다
세월이 지나면서
꽃보다 더 아름다운 것은
잎이라 생각했다
잎이 잎끼리 모여 뜻을 세워
천둥 번개 장대비에도
반짝이며 매달려 살아 내는 모습 아름다웠다
지금 와 생각하니
꽃도 잎도 아닌
잎이 진 자리의 텅 빈 하늘
자욱이 키를 넘던 초록의 기억을
바람으로 지우며
꿈꾸지 않은 무명같은 밤
그 벗은 혼의 아름다움을
이제 알겠다
무제無題 - 홍윤숙, <지상의 그 집>중
"고귀하게 태어난 사람아"
<티벳 사자의 서>에 나오는 말입니다.
지금의 시간은 삶 가운데 꽃이고 가장 아름다운 때입니다
홍 시인은 그러나 그 이후의 잎,그 이파리들과 그 살아가는 내력들,
서로 일구고 북돋으며 쌓아가는 삶이라는 것 자체가 더 아름답더라고 말해주는군요
피곤하여 푹~쓰러져 꿈도 없이 자는 그 일상의 역사 자체가 참 아름답더라는.
가장 아름다운 시간을 통과해가서 가장 아름다운 열심의 삶으로 건너가세요.
축하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