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 Mar, 2003

이라크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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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 진 : <한겨레> 임종진 기자
반 전 시 : 곽재구 시인
플래시 제작 : <오마이뉴스> 이종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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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재구 시인의 반전시] 어린 이라크 소녀에게

아침 창가에 앉아
조간신문에 실린 너의 사진을 본다
소녀야, 두 발이 잘린 채
피투성이가 되어 아빠의 팔에 안겨 있는
어린 이라크 소녀야

여늬 아침이면
잠자리에서 막 일어난 너는 샬롬, 하고 인사하며
가족들의 뺨에 차례로 볼을 부볐겠지
장미빛 한없이 사랑스러웠던 너의 얼굴은
온통 화약 연기에 그을리고

세상의 신비한 풍경들을
하나씩 익혀나가던 너의 총명한 두 눈은
숯덩이처럼 굳게 잠겨
아무런 희망의 빛도 되쏘일 수 없구나

그래, 전쟁광들에겐
전세계 시민들의 꿈과 사랑보다
몇 방울의 석유가 더 소중하겠지
자본의 꿈이 자신들의 핏줄기 형제의 꿈보다 더 싱싱하겠지
한 사람의 미친 독재자를 제거한다는 구실로
무수한 자국의 청춘들과
또다른 무수한 청춘들의 영혼을
전쟁의 불구덩이로 몰아넣음이 얼마나 미친 짓임을
그들은 한 순간도 아파해보지 않았겠지

그것은 우리 시대의 치욕
하나뿐인 지구를 능멸하는 광기

어린 이라크 소녀야
스커드미사일의 파편에 실려
꿈도 없는 길을 두 발 없이 살아 남아
어디로 걸어가야할지 끝내 알 수 없는 소녀야
지금 우리는 오직 부끄럽고 부끄러운 마음으로
피빛 너의 두 무릎 앞에
노오란 산수유꽃 한 가지를 바치나니

오, 전쟁은 NO!
저 추악한 자본의 광기도 N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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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롭지 않으면 길을 떠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