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 Sep, 2008

가보지 못한 길

보시리 조회 수 2591 추천 수 0 목록

우르르 객석을 나가는 사람들. 황급히 사람들 사이를 비집으며 선배녀가 서있던 자리로 간

강현은 선배언니는 간 곳이 없고 다소곳이 의자에 놓여있는 꽃다발을 발견합니다.

찬찬히 꽃다발을 들어보다가, 꽃 사이에 꽂힌 카드를 열어봅니다.

 

< 이제, 당신은 당신 인생의 주인공입니다.>

 

순간, 눈가가 젖어오는 강현. 뒤늦게 다가온 현수는 빙긋 웃고.

강현이 전해준 꽃다발을 들고 출연팀과 활기차게 뛰어가는 연극 선배.

 

강현 - (안타까움으로) 만약 (연극남)형이 결혼해서 미국에 가지 않았다면..

        큰 배우가 됐을텐데..

 

현수 - ... 인간은 누구나 가보지 못한 길이 있습니다.

         인생의 숲길에서 우린 자신의 의지로 선택을 해야 합니다.

         가보지 못한 길이라 아쉬움과 후회가 있을지 몰라도, 지금 가는 길이 우리에겐

         최선이고 가장 아름다운 길이죠.

 

         결혼 생활을 통해 두 사람은 더욱 견고해졌을 겁니다.

         특히 선배같은 경우엔 배우로서 경험이 큰 밑거름이 될 겁니다.

 

강현 - (현수보며..)결혼이 두 사람의 인생에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 정말 뼈저리게

         느꼈어요.

         그동안 너무 쉽게 일했던 거, 반성해요.

 

         커플 성사에만 신경쓸 게 아니라, 에프터 서비스까지 생각해야겠어요.

         고객의 행복을 끝까지 책임지는 커플매니져가 되도록 노력해야겠어요.

 

현수 - 오늘의 교훈입니까? (웃음)

 

강현 - (웃으며) 네!!

         아, 더워!! 우리 뭐, 시원한 것 좀 먹어요!

 

흠...

KBS, 월화드라마, <연애결혼> 6부.. 대략.. 31분 경에서 나오는 장면입니다..

헐.. 나랏님도 어쩌지 못하는, '커플의 행복, 끝까지 책임지기'에 대한 저 커플매니져의

당돌하고도 야무진 야심이 어이없기도 하고, 대견하기도 하고 그렇습니다.

 

 

중독성있는 이 사이트, 또 자꾸 오게 되는군요, 그동안..

중독에서 벗어나 재활치료 받느라고 한~참 걸렸었는데.. 무너지는 것은 순식간이다 싶습니다.. ^^

 

톨스토이 할부지가 그러셨따던가..

스스로에게 던지는 세 가지 중요한 질문.

 

첫째, 일생 중 가장 중요한 때는 언제인가?
 둘째, 가장 중요한 사람은 누구이며,
 셋째, 가장 중요한 일은 무엇인가?

그리고 대답은,

가장 중요한 때는 바로 지금이고,
가장 중요한 사람은 지금 만나고 있는 사람이며,
가장 중요한 일은 지금 하고 있는 일이다..

 

너무 많이 듣는 내용이라서 진부한 감이 넘치지만, 어쩝니까.. 씹을수록, 살아볼수록

맞는 말인 것을.

후회는 약으로만 써야 합니다..

 

 

조금 전에 일을 보러, 다양한 생활용품을 전반적으로 다루는 어느 상설 할인매장에

들렀습니다.

늘 그렇지만, 오늘도 줄,줄.. 줄이 장난이 아닙니다.

대략 둘러보다가 필요한 물건을 집어서는 냉큼, 줄 안으로 들어섰습니다.

앞에 가는 사람은~~.. 구척 장신 아즈씨입니다.

느릿~느릿 줄이 앞으로 나아가다가 코너를 돌아칠 무렵.. 줄 밖의 진열대에 헛~! 하는

물건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언뜻 보기에 숙명적인.., "내가 오늘 여기 온 까닭을 " 막 깨달을 것 같은 그런 찰라,

손을 뻗어 재빨리 집어들고 돌아서니, 3초도 안 걸린 그 사이에, 뒤에 서있던 젊은

금발의 처자가 구척 장신 아즈씨 뒤으로다가 냉큼 끼어든 것입니다. 그리고는..

모르쉐에~...딴청딴청.

 

문득, 위장주머니 아래, 췌장 오른쪽 바닥쪽에서부터 스멀스멀, 눈썹까지 기어올라오는

울.화..

아뉫, 이기~~..지금 머 하는 씨스템이시여, 시방?

 

그러는데 또 문득, 나와 영 눈 맞추기를 피하며 머리를 귀 뒤로 넘기는 그네의 손가락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가는 손가락 끝은 거뭇거뭇하게 나뭇가지처럼 거칠어져, 빠지지 않는 기름물이 들어있

고, 짧은 손톱은 까끌하니, 미처 다듬어져있지 못했습니다, 일 많이 하는 손..

 

아... 당신의 하루도 많이 힘들었나보군요..

나보다 앞서 간 그 몇 분의 시간이 당신에게, 짧게라도 휴식의 시간을 보탰기를

바랍니다..

 

 

하루 해가 저뭅니다.

 

 

         


profile

머시라고

September 20, 2008
*.147.137.46

요즘 짱짱한 드라마가 해일처럼 밀어닥쳤다고 하는데,
막상 마음을 잡아끌어주는 것이 없는 느낌입니다.
'연애결혼', 한번 시청해봐야겠습니다.ㅋ
'내가 오늘 여기 온 까닭', 관용.
그 동안 제가 악바리처럼 고집부리며 얻어낸 성취감 뒤 풍경에는
보시리님처럼 휴식의 시간을 보태준 사람들이 있었구나 싶습니다.
아름다운 꽃다발, 감사합니다.
List of Articles
번호
679 Tequila and Salt [3] 보시리 2008-11-13 2762
678 카페를 활성화시켜야 하는데, 조언 좀 해주세요 [1] 머시라고 2008-11-09 2801
677 그들이 사는 세상 [2] 보시리 2008-11-04 3457
676 할로윈 [2] 보시리 2008-10-31 6055
675 기타소년 정성하 연주, Beatles의 All You need is Love [1] 머시라고 2008-10-29 2859
674 바이러스 감염주의보 [1] 보시리 2008-10-20 2351
673 감동적인 마지막 강의 머시라고 2008-10-18 2611
672 [re] 구슬을 꿰고 매듭 단정하게 묶은 사람.. [1] 보시리 2008-10-18 2788
671 세상을 움직이는 '3의 법칙' [2] 머시라고 2008-10-16 2642
670 이제 지금은 [2] 보시리 2008-10-09 2470
669 그래도 나름 [1] 보시리 2008-09-29 2381
» 가보지 못한 길 [1] 보시리 2008-09-19 2591
667 손익계산서 [3] 보시리 2008-09-17 2792
666 [re] 순 내 얘기 - 댓글에 연이어 [2] 보시리 2008-09-22 2330
665 모교내에 술집과 pc방이 생긴다니..어처구니 없는 땅콩 2008-09-04 2575
664 3초의 여유가 필요한가 머시라고 2008-08-19 2367
663 물병의 때, 어떻게 제거해야 하나요? 머시라고 2008-08-17 2599
662 진정 바라는 것(Desiderata) - Max Ehrmann 머시라고 2008-08-03 9585
661 나를 성장시키는 대화법 머시라고 2008-07-31 2388
660 사랑의 벽 낙서 file [2] 머시라고 2008-07-12 3255
외롭지 않으면 길을 떠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