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 Apr, 2009

손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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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먼저 이 홈피의 분위기에 과연 이 글이 어울리는 것일까..를 한 12초쯤 고민했습니다.

그러다가 어느 분이 현관방명록에 남기신 글에 힘입어.. 어차피 쥔장님도 인정하는 바와 같이,

쥔장님의 색깔과 무관하게 이런 아무나..가 자유롭게 끄적이는 것이 이 사랑방의 관행같이

되어버린 것이라고 지멋대로 자기합리하며 올립니다.

이 방을 찾으시는 분들은 대부분, 4 번 째 세대에 가까우시겠지만, 타인의 현재가 내 미래의 

거울이다..삼고, 새겨보는 것도 좋으리라 싶군요. ^^

 

모든 체인메일이 다 좋은 것은 아니지만, 이런 글이 올라오면 또 한동안 마음의 감전상태가

유지되곤 합니다..

 

I was privileged to take a photo of "Five Generations of Women" shortly before

my 93 year-old Grand-mother passed away last year. 

The photo, shown below, features the hands of my Grand-mother, Mom, Sister,

Niece and Great-Niece. While I can't take credit for the idea, I was so happy

to have had the suggestion & capture this moment. It inspired a friend of mine

to do something similar, which turned out so beautiful it became a special

keepsake, prior to her father's passing.

 작년,할머니께서 93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나시기 직전에, 나는 다섯 세대 여인들의 사진을

찍을 기회가 있었습니다.  사진은, 아래에 보시는 바와 같이, 할머님, 어머니, 언니, 그리고

언니의 딸과 언니의 손녀, 5 세대의 손이었습니다.  이런 사진을 찍어본다는다는 것이 내가 처음

생각한 것은 아니었지만, 이 사진을 본 나의 친구는 감동을 받고, 비슷한 사진을 아버님이

돌아가시기 전에 찍었는데, 정말 두고두고 소중한 기억이 되었다고 했습니다.


 Grandma's Hands

 


 
    GRANDMA'S HANDS

 

 이 글은 작가가 알려지지 않은 글이지만, 마음에 전해주는 바가 큽니다.

 

Grandma, some ninety plus years, sat feebly on the patio bench. She didn't

move, just sat with her head down staring at her hands.  When I sat down

beside her she didn't acknowledge

my presence and the longer I sat I wondered if she was OK.
 90세가 넘으신 할머님이 어느 날, 뜨락의 벤치에 앉아계신 것을 보았습니다.

할머니는 미동도 없이 앉아 자신의 손만 가만히 바라보고 계셨는데, 내가 곁에 다가가 앉아도

나의 존재를 깨닫지 못하신 것 같아, 시간이 지체되자 괜찮으신지, 슬슬 걱정이 되기 시작했습니다.


 Finally, not really wanting to disturb her but wanting to check on her at the

same time, I asked her if she was OK. She raised her head and looked at me

and smiled.

"Yes, I'm fine, thank you for asking," she said in a clear voice strong.
  할머니를 방해하고 싶지는 않았지만, 점차 불안감이 들어서 괜찮으신 건지 말을 걸어

보았습니다.

할머니는 천천히 고개릏 들어 나를 바라보시더니 살짝 미소를 짓고 정정한 목소리로

대답하십니다.

" 그래, 괜찮아. 내가 괜스레 걱정을 끼쳤구나."


 "I didn't mean to disturb you, grandma, but you were just sitting here staring

at your hands and I wanted to make sure you were OK," I explained to her.

"죄송해요, 방해할 생각은 없었는데, 할머니께서 꼼짝 않고 손만 바라보시고 계시니까

무슨 일이신지 걱정이 되서요."

 

"Have you ever looked at your hands," she asked.

"I mean really looked at your hands?"
  I slowly opened my hands and stared down at them. I turned them over,

palms up and then palms down. No, I guess I had never really looked at my

hands as I tried to figure out the point she was making.
" 너, 니 손을 들여다본 적 있니? 내 말은, 정말로 찬찬히 잘 들여다본 일이 있느냐는 말이야"

나는 손을 펴고 살펴보기 시작했습니다. 손바닥을 위로, 또 뒤집어서 아래로.. 흠.

할머님께서 무슨 말씀을 하시려는 건지 이해하려 애쓰는 와중에 생각해보니, 그렇군요,

나는 아직 내 손을 그렇게 정성껏 살펴본 일은 없는 것 같다는 걸 깨닫습니다.


Grandma smiled and related this story:
할머니는 미소를 지으시며 말씀을 이어갔습니다.


"Stop and think for a moment about the hands you have, how they have

served you well throughout your years. These hands, though wrinkled

shriveled and weak have been the tools I have used all my life to reach out

and grab and embrace life.

"They braced and caught my fall when as a toddler I crashed upon the floor.

They put food in my mouth and clothes on my back. As a child, my mother

taught me to fold them in prayer. They tied my shoes and pulled on my boots.

They held my husband and wiped my tears when he went off to war.


  잠깐 시간을 내서 네 손이 그동안 얼마나 오랫동안 너에게 봉사했는지 생각해 봐라.

이 손 말이다.., 이젠 주름지고 쪼그라들고 약해졌지만, 이 손은 내 평생동안 뻗어내서 잡아주고

내 인생을 보듬어온 도구였단다.

 

어릴 적에 넘어지려 하면 바닥에 닿기 전에 넘어지지 않게 받쳐줬고, 음식을 가져다가 입에

넣어줬고, 옷을 입혀줬지.  조금 자라서는 어머니가 기도할 때 손 모으는 방법을 알려주셨고,

이 손으로 신을 신고 장화도 신고..

결혼 할 때 이 손으로 남편의 팔을 잡았고, 그 사람이 전쟁터로 나갔을 때 얼굴에 흐르는

눈물도 닦았었지.


"They have been dirty, scraped and raw , swollen and bent.

They were uneasy and clumsy when I tried to hold my newborn son.

Decorated with my wedding band they showed the world that I was married

and loved someone special.
They wrote my letters to him and trembled and shook when I buried my parents
and spouse."


"They have held my children and grandchildren, consoled neighbors, and shook

in fists of anger when I didn't understand.
  그동안 더러워지기도 하고, 여기저기 긁히고 붓기도 하고 구부러지고..

처음 아기를 낳았을 때는 어째 그리 손이 엄벙덤벙 익숙치않은지 한번 안는 것도 영 불편하고

어리숙하고 그랬는데.

그래도 이 손에다 결혼반지를 끼워서 온 세상에다 대고, 난 내가 사랑하는 특별한 한사람과

결혼한 몸이라고 알리기도 했고 말이지. 이 손으로 전쟁에 나간 남편에가 편지를 쓰기도 했고,

이 손으로, 덜덜 떨리는 손으로 나의 부모님과 사랑하는 남편을 이 세상에서 떠나보냈고.

 

내 아이들이 태어났을 때, 내 손주들이 태어났을 때 그 아이들을 받았고, 이웃 상가喪家의

가족을 위로하고, 때로 도저히 이해가 안되는 일이 생겨서 화가 치밀어오르면 이 손을 불끈

주먹쥐고 흔들어대기도 했는데..  ^^;;


  They have covered my face, combed my hair, and washed and cleansed the rest

of my body.

They have been sticky and wet, bent and broken, dried and raw. And to this day

when not much of anything else of me works real well these hands hold me up,

lay me down, and again continue to fold in prayer.

"These hands are the mark of where I've been and the ruggedness of life.

But more importantly it will be these hands that God will reach out and take

when he leads me home.  And with my hands He will lift me to His side and

there I will use these hands to touch the face of Christ."
  이 손으로 얼굴을 덮을 때도 있었고, 머리도 빗고, 감고, 온 몸을 닦아내주고..

때로 그러다가 끈적끈적한 것이 묻고, 젖고, 구부러지고, 부러지고.. 건조해 트고, 상처나고..

그러면서도 이 날까지 내 몸의 다른 부분이 시원찮을 때에도 나를 지탱하고 나를 눕히고 또

여전히 모두어져서 기도를 드렸었다..

 

이 손이야말로, 그동안 살아오면서 내가 어디서 무엇을 했는지.. 나의 파란만장한 삶을

그대로 보여주는 표증 아니겠냐.


무엇보다도 가장 중요한 것은 내가 이제 하나님 앞에 부르심을 받고 나아갔을 때, 하나님께서

바로 이 손을 잡아 나를 이끌어주실 것이라는 거지. 나를 이끌어 그 옆에 앉히시고 거기서

나는 이 손으로 예수님의 얼굴도 만져볼 수 있게 될꺼야..


I will never look at my hands the same again.

But I remember God reached out and took my grandma's hands and led her home.

When my hands are hurt or sore or when I stroke the face of my children

and husband I think of grandma. I know she has been stroked and caressed

and held by the hands of God.

I, too, want to touch the face of God and feel His hands upon my face.


-- Author Unknown

 

 그 이후, 나의 내 손을 바라보는 시각은 완전히 바뀌었습니다.

할머님 말씀대로, 부르심을 받으셨을 때 하나님께서 손내밀어 할머니를 본향으로 이끌어

주셨을 것입니다.

 

손을 다치거나 아플 때, 또는 아이들과 남편의 얼굴을 쓰다듬을 때면 할머니를 생각합니다.

할머니도 하나님께서 그렇게 어루만져주시고 붙잡아주셨을 것이니까요.

나도 역시 하나님을 만져보고, 또 그 분의 내 얼굴 어루만지시는 손길을 느껴보고싶습니다.

 


profile

머시라고

April 13, 2009
*.147.137.141

이 글을 읽고 손 한번 어루만지니 모든 것에 감사하는 마음이 생깁니다.
이번 주 역시 버거운 일정이 기다리고 있는데, 힘차게 출발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등이 근질근질한게 손길이 필요한가 봅니다. ^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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