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글은 12080건강프로젝트 카페에 올려, 강풀님의 만화로 각색되었던 글입니다.)

** 제가 진심으로 나라를 걱정한 것이 87년 6월 항쟁.
거리에서 밤낮을 보내던 어느날.. 군 투입이라는 소문이 흉흉하게 나던 날..
-처음이자 마지막인줄 알았던 것이 지금도 나라가 걱정이 되네요.

어려운 경제보다도 모두의 가슴에서 희망이 사라지는 것이 더욱 걱정입니다.
읽고 마음 속에 작은 웃음이라도 그리고 그 웃음이 희망되어 새로운 힘이 되길 바라며
신변잡기 한번 적어보죠.  

(픽션/논픽션????) -믿거나 말거나....

그러니까 그때가 1986년이군요.
돌이켜 보면 참 생기발랄하고 피가 끓어 오르던때였습니다.
그때는 공부는 뒷전이고 삼삼오오 술에 탐닉하고 서푼짜리 인생을 논하기 좋아하던 시절.  

늘 어울려 다니던 친구중 고등학교를 마치고 대학 진학을 포기한 친구가 몇 있습니다.
가정 형편이 어려워서가 아니라 공부가 도저히 따라 주지 않는 녀석들입니다.  
종종 의기투합 두주불사 인사불성되던 酒魔苦優(주마고우-술이란 마귀와 벗하는 어리석음에 생긴 고통)였습니다.  

무식한 놈들.. 한 놈은 지금은 조직에서 중견이 되어 흰색 그랜다이저 몰고
폼잡고 있는 건달인데..

고등학교 2학년 진급할때 이과로 가는 나를 보고 꼭 법대가서 판검사되어 지를 잊지
말아달라 할 정도로 학교,공부 이런데엔 개념이 없는 놈이었습니다.

요즘도 보름날 달을 보면 이놈이 생각나네요. 건달.

그 날도 마음이 싱숭하여 건달 이놈과 또 군입대를 앞두고 있는 백수 한놈과 어울려
당구장에서 시간을 죽이고 있었습니다.  

백수 이놈은 또 어떤 놈인가! 고등학교때 벌써 알콜 중독으로 손을 떨던
놈인데 해병대에 간다나?

이 놈은 늘 팩 소주에 빨대 꽂아 빨고 다니는 놈인데 주선의 경지입니다.
당구장에서 지는 해를 물끄러미 쳐다보다 건달이
"야 니들 주머니 다 뒤져봐라."
-이쉬 이게 친구들한테 센터치나!  
나하고 백수 주머니에서 나온 돈이 도합 3000원 가량.

"에이 쫀쫀한 놈들."
"내 어제 행님한테 용돈 좀 받았다."

하면서 꺼낸 돈이 무려 30000원. 엄청 큰 돈이다..
당시 우리는 1000원만 있으면 포장마차가서 소주 두병 시키고 어묵 국물로
한잔 하던 놈들이니... 30000원, 양주도 먹을 수 있는 돈입니다.

당시 자장면이 500원 택시 기본요금이 500원 정도 하던 시절이니..  
(음 자장면이 더 많이 올랐군)

우선 중국집에서 탕수육에 류산슬.베갈에 모처럼만의 화려한 술판이었습니다.  
백수 이 놈은 가방 속에서 스카치 테이프를 꺼내어 잡고 있던 팩소주 구멍을 봉하고
술을 시작합니다.

쫀쫀한놈..  

이리 시작한 술판은 이차 삼차 막판에 찌짐 골목이라고 학생들이 많이 가던 곳으로
갑니다.  

부어라 마셔라...많이 듣던 대사군요!  

주석이 거의 파장에 접어들 즈음 옆 테이블에 머리를 빡빡 민 놈이 눈에 들어 오더군요.
-흐미 그 놈 참 인상 더럽네.. 이런 생각으로 보다가 그만 눈이 마주쳐 버리는 불상사가 일어났고..

그 놈이 "이 SHE FOLLOW ME 뭘보노" 하면서 시비가 들어오네~.

참고로 나 쌈 못합니다. 무지 양순합니다. 하지만 빽 좋을땐 버릇 없습니다.  
"이 She ball no me D질라 카나" 말나가는 순간 그 놈 손이 내 얼굴로 날아오고 우리의
건달은 잽싸게 막고 서서 대치 상태가 되었습니다.  

5대 2.5( 우리 편중 나는 반표죠~)
절대적으로 불리한 상태.

좀 맞았습니다. 술집은 난장판이 되고 와장창 깨지는 소리. 비명 소리
결국 우리편 달이 사고를 친다.. 테이블에 놓인 병을 깨고 빡빡이를 찌르곤
(난 기억 없습니다)

"C8 튀어."

우리는 어두운 골목으로 정신없이 달려가고
뒤통수엔 빽차 싸이렌이 여운을 남기네요.
백수 그놈 자취방에서 정신 없이 자고 일어 나니 해가 중천.

온몸이 쑤신다. 어제 무슨 일이 일어 났는지 기억이 제대로 안난다. 얼굴에 멍이 있고
경찰 싸이렌, 와장창 이런 소리..... 아 짜집기가 제대로 안되는데  
구석에서 훌쩍거리는 소리가 납니다.

"야 달아 왜 우노"

달--"내 인제 우야면 좋노"
나--"와"
달--"니 기억 안나나? 내 어제 병깨고 금마 안 찔렀나"

허걱.. 대형 사고다. 옆에서 부시시 눈을 비비고 일어나던 백수도 그런 기억이 난다
하니 틀림없는 대형 사고다.

우리는 그날 해가 서산에 뉘일때까지 침묵으로 일관했습니다.
.
.
.
.
.
달이 벌떡 일어나더니 "내사마 자수할란다. 초범이니 봐줄기다. 너거는 괘안을거니
사식이나 잘 너도"

"달아..흑.. 우야노"

셋이서 부둥켜 안고 하염없이 울었습니다.

"그래 내 등록금을 떼 먹어도 니 사식은 챙겨줄게 걱정말거라 니 좋아하는 족발은
매일 넣어 주꾸마."

사고가 있었던 지역의 파출소로 쭈삣하니 들어 갔습니다.
"너거는 뭐꼬."  
순경 아자씨 말에 화들짝 놀라 말을 잊고 있는데 달이 말했다.
"자수하러 왔니더. 야들은 아입니더."

순경--"뭐 자수하러 왔는데?"
달--"어제 요 밑에 술집에 사람 찌르고 달아난 놈이 접니더."

잠시후 경찰의 말에 우리는 영문을 몰랐습니다.

순경--"어제 고 술집에 쌈난건 아는데 누가 누굴 찔렀단 말이고."

아---- 내머리를 스치는 생각이 있어 달이랑 백수 옷을 잡아 끌고 나오려 하니
경찰이 "야 너거 어디가노 자수하러왔으면 얘기해봐라."

"아. 아입니다. 야들이 장난 치는겁니다." 하고는
두놈을 끌고 도망나왔습니다.

나와서는 달이 머리를 세게 한대 치고는, 영문을 몰라하는 그놈 얼굴을 보니
어이가 없었습니다......
.
.
.

** ㅎㅎ... 2부로 가시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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