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8 Oct, 2005

A spoonful of sugar..

보시리 조회 수 2795 추천 수 0 목록


< 세상에 발 없는 새가 있다더군..
  늘 날아 다니다가 지치면 바람 속에서 쉰대.
  딱 한번  땅에 내려 앉는데, 그건 바로 죽을 때지..>
    -  아비정전 중에서  -

요즈음~..
아껴가며~..빠져 보던 "부활"이 끝난 후에 드라마 시티~를
이 구석 저 구석~ 딜따 보고 있습니다.
단막극의 묘미가 이런 것이구나아~..혼자 감동도 하고 중얼 거리기도 하고.
며칠 전에는 6월에 방영되었다는 <장국영이 죽었다고~?> 라는 작품을
보았습니다..
패왕별희로 인해 깊이 각인되었던 그의 투신 소식을 접한 것도
얼마 전인 듯 한데, 그 사이 2년이 넘어가 있더군요.

경민이라는 인물을 통해서, 수진이라는 인물을 통해서
두 가지의 다른 이야기가 같은 시간의 강물 위로 흘러갑니다.
내용은 생략하겠습니다..한번 보시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다만..
먼길을 달려가서..산을 기어올라..철쭉꽃 덤불 아래에 숨어서야 비로소
꺼억꺽 울 수 있던 남자의 그 모습이 잊혀지지 않습니다..
(그 연분홍 철쭉의 바다..운봉의 바래봉 철쭉이 생각나는..)

수없이 방송국에 써보낸 글과 당첨경품들.
도대체 어째서 그렇게 많은 경품이 필요 했느냐고 묻는 순경에게
그가 한 말이 있습니다.
" 내가 여기 있다는 것을 알리고 싶어서요.."

살아간다는 일이.. 쉽지가 않습니다..
살면서 걸리는 감기들.. 홍역들..때로는 부딪치고, 삐고..
메리 포핀스의 한 장면이 떠올랐습니다.
메리 포핀스와의 긴 산책을 마치고 돌아와 잠자리에 들려는 아이들에게
감기약을 건네죠.
약을 싫어하는 아이들은 콧등을 찡그리구요~.
메리 포핀스는 아이들에게 한번 맛보라고 강권하고..
암튼..입에 약을 넣은 순간~아이들은 환호합니다~..
이건 약맛이 아니야~.. 딸기 맛인데~??

A Spoonful of sugar makes medicine go down~~
in the most delightful way~..

살다보면 삼켜야 하는 여러가지 일들..
해야만 하고 버텨야만 하지만.. 여전히 어려운 일들.
그런 높은 고개를 넘어가도록 도와주는 한 스푼의 슈가는..무언지..

오늘 만나는 이해인님의 시가.. 참 따뜻합니다..

  친구야, 네가 너무 바빠 하늘을 볼 수 없을 때
  나는 잠시 네 가슴에 내려앉아
  하늘 냄새를 파닥이는 작은 새가 되고 싶다
  사는 일의 무게로 네가 기쁨을 잃었을 때
  나는 잠시 너의 창가에 앉아
  노랫소리로 훼방을 놓는 고운 새가 되고 싶다.
  모든 이를 다 불러 모을 넓은 집은 내게 없어도
  문득 너를 향한 그리움으로 다시 짓는 나의 집은
  부서져도 행복할 것 같은 자유의 빈 집이다.

  -  작은 새가 되고 싶다 / 이해인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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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린여기

October 09, 2005
*.214.159.144

예전에...동아리 후배가..군대를 간다고 저한테 갔다 왔을 때 변해 있을 것들이 휴가나와서 갈곳이 없을까 두렵다고 말하더군요...
그래서 저는...
제게 고향이란 단어는 돌아갈 곳이고...태어난 곳이 고향이 아니라...
내가 갔을 때 나를 반겨줄 사람들이 고향이 아니겠냐고 ....
그 곳이 내겐 좋은 친구들과 함께한 또 후배들이 있는 동아리라고 그렇게 말했던 기억이 나네요.....(왜 선배는 없냐고 물으신다면...친구들과 제가...만든 동아리라고....)

이해인님의 시를 보면서 ..
바쁘거나 지쳤을 때 ..친구가 힘이 되지만...
어렵거나 힘들 때는 왠지 모르게 혼자이어야 할 것 같은...
세상은 혼자라는 말에 무게를 실어주고 싶네요....

그냥 오늘의 기분이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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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시리

October 09, 2005
*.202.175.17

..사실..아까 길게 답글을 붙였었는데..
좀 있다가 와서 읽어보니 다소~..감정에 치우친 것 같아서
생각을 좀 해보느라고..지웠었습니다..
<바쁘거나 지쳤을 때 ..친구가 힘이 되지만...
어렵거나 힘들 때는 왠지 모르게 혼자이어야 할 것 같은...
세상은 혼자라는 말에 무게를 실어주고 싶네요.... >

그렇지요..철저하게 혼자입니다..

산다는 것은 일인용 쪽배를 타고 넘어가야 하는, 장대한 시간이라는 강물.
또는, 협로로 걸어 올라가는 태산..암튼.
강물이던 태산이던 간에..
한 스푼의 기쁨이 강물을 건너 준다거나
태산 정상으로 에스컬레이터처럼 올려다 줄 수는 없습니다..
본인 스스로 노를 젓거나.. 한걸음씩 내어 딛여야 할 뿐이지요.
한 스푼의 설탕이란~..글쎄..
걸어 오르느라고 발의 피부가 벗겨진 곳에 붙이는 대일밴드나..
발을 조금 편하게 해주는 깔창이나..혹은 조금 크게..
기대어 짚고 넘어갈 지팡이 같은 것 아닐까요..
그런 것이 있던 없던~,좌우간 산은 넘어야만 하는 건데..
그런 작은 기쁨들은 넘어갈 때 느끼는 고통을
다소 덜어 주는 존재라고 생각 했습니다.

이런 은유적인 표현을 쓸 때마다~~제발 죽은 표현들을 늘어놓는 것이 아니기를
스스로에게 간절히 바랍니다..

..이건.. 사는 게 아니야~..
라는 생각을 품었던 일이 있었습니다..
그럴 때..칠팔월 불볕아래서 넋놓고 있다가 만나는 시원한 오아시스처럼
그런 존재들이 있었습니다.. 친구일 수도 있고, 어떤 일일 수도 있고..
암튼~..오아시스가 나의 사막을 건너게 해주지는 않습니다만..
건너는 것에 힘을 실어주는 것은 맞지요.
..치열하게..살기도 했습니다..
섣부른 기대로 두번 넘어지는 것이 두려워..
붉은 벽돌로 성채 옹그게 쌓은 자아 안에 숨어
얼음공주의 얼굴로 살았던 시간도 있었습니다..

저에게 있어 한 스푼의 기쁨은..저를 의존적으로 만들어 준 것이 아니라..
저를 지켜주었다고 믿습니다..<따스함>을 간직할 수 있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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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린여기

October 09, 2005
*.214.159.144

감정에 치우시셨다는...말씀이...
긍정을 하다가 감정에 치우치셨다는 말씀인지.아니면, 반대인지...
나이들면 소심해진다는..그리고 A형은 소심하다는 말들이 맞아가는것인지..
궁금해지고 소심해지고 그러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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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시리

October 09, 2005
*.202.175.17

에공~..ㅎㅎ..
말을 골라 쓸 때.. 주의해야 되겠다는 생각이 새삼스레
구비구비 드는군요..^^;;
감정에 치우쳐서 써졌다는 것은..<지운다>는 나쁜 짓(?)에 대한 사정설명..을
위해 부득이하게 쓴 표현이었는데.. 우째.. 글케 걸리시는 지.
이도저도 아니구요..
(위의 답글이 이도저도 아니듯이..^^;;)
다만..지난 일들을 떠올리면서 쓰다보니 제 풀에 북받쳤..다고나 할까.
머.. 대강 그런 거요..
글이 흥분하면.. 보기 안 좋으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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