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년전 시골에서 할아버지 할머니랑 울며 웃으며 진료에 임하던 그 시절...

환자 평균 연령이 65세를 상회하던 그런 진료실..
농촌의 현실이 고스란히 투영되는 그런 진료실.

언제나 진료실은 양로원....  

한의원 문턱만 넘어서면 한적한 시골 지방도로 위로 희뿌연 먼지바람만 일 뿐,
인적은 드물고 업혀서 다니는 아이 구경하기 힘든 그곳이 아마도
이나라 평균의 농촌인가 보다.

그런 그곳에 보기 드물게 20대 초반의 청년이 내원하면 반가웁기 그지없다.
그런 녀석이 오래도록 왔던 적이 있었다.

정삐리리...  의료보호1종

"어디가 불편해서 왔죠?"
"온 전신만신 안 아픈데가 없슴다."로 시작 하는 녀석의 수진 태도는
늘 보던 할부지들의 그것이다.

허리,어깨,무릎 안 아픈데가 없다고 한다. 그 중 허리가 젤로 아프다고 하길래
우선 허리부터 치료하자고 겨우 설득.

문득 생각해보니 이 녀석 눈빛이 남다른 데가 있다.
그렇다 엄마와 단둘이 살고 있는 녀석은 약간의 정신지체가 있다.
모자가 아무런 수입이 없어 의료보호 대상자로 수혜받고 있는 그런 가정...

근데 순박한 정신지체이면 좋겠건만 음흉한 구석으로만 발달된,
동네에서 지탄의 대상이었다.
미성년 성추행 미수로 기소되었다가 정신지체가 인정되어
풀려난 경력이 있는 그런 녀석...

어쨋든 문진을 마치고 치료실로 보내고 오더를 냈는데
갑자기 간호사가 헐레벌떡 달려와 ..
"원장님 물리치료 못하겠어요. 한번 가보세요." 하는거다.

침구실 베드로 가보니 가관이다.
팬티만 남겨두고 홀라당 엎어져 누워 있는 녀석의 몸은 까마귀의 그것이고
한조각 걸친 팬티는 성인물에서만 볼수 있는 망사...그것도 올이 성근.........
간호사를 내보내고 내가 직접 초음파 젤을 바르고 문지르기 시작했다.

아으... 고문이었다. 잠시 시간이 흐르고 문지르는 횟수가 늘어남에 따라
초음파 헤드 가장자리로  무언가 유기물이 덩어리지기 시작했고
그것이 때라는 걸 곧 눈치채는 건 어렵지 않았다.

간섭파를 붙여주고 나와서 간호사에게 끝나면 간섭파 스폰지 바로 오토 클레이브 돌리라 지시했다.
(고압고열탕소독을 일컬음..옮긴이 註~^^)
잠시후 침을 들고 그넘이 누운 베드로 다시 가서 침을 놓으며 짧은 대화를 나눴다.

이때부터 나도 반말이다.

"야 너 이 팬티 누가 사주디?"
"장에서 열장에 마넌 하는거 내가 샀니더."

"너 목욕은 한 지 얼마나 되었냐?"
"돈 없어서 여름 되면 거랑에서 할거시도."

아으..... 침 놓고 나와 열시미 손을 씻으며 간호사에게 다시 지시했다.
"저넘 핫팩하고 수건도 바로 오토 클레이브 넣고, 베드 커버도 바로
세탁기 돌리거라."
이걸로 끝이 아니었다.

또 간호사가 불러 이 넘 베드로 갔다.

초음파 젤을 전신에 바르고 요번엔 반듯이 앙와위로 누워 적외선을
맥시멈으로 털어 놓고 음흉하게 미소 짓고 있는 것이다.

포기했다...

" 이 넘 갈때 목욕비 3500원 줘서 보내 담에 목욕 안하고 오면
치료 안해준다고 말하고~"
그렇게 녀석과의 인연은 수년간 지속되었다.

그러는 동안 녀석에 대해 많은 부분 이해하게 되었다.
어릴때부터 엄마와 둘만의 생활,
정신지체로 인한 사회생활 부적응, 매일 접하는 TV만이 유일한 친구.
이 아이는 지능의 지체가 아니라 정서의 지체란 걸 알 수 있었다.
이성적 교육은 없었으나 말초적 욕구는 성장하는 그런 미숙한 아이가
되어버린 것이다.
할 일 없는 아이는 한의원에 오는 것이 일상이 되어 버리고
한의원에 머무는 시간이 늘어날수록 변해갔다.

치료를 받는 시간외에 노인들과의 잦은 대화...
그속에서 녀석은 성숙해가고 곱지 않던 노인들의 시선도
연민으로 변해 녀석을 배려해주기 시작했다.

어느날 녀석의 팬티가  사각으로 변하던 즈음,
회색빛 유니폼을 입고 손에 어설프게 포장한 꾸러미가 들린채
내 방문을 벌커덕 열고 들어선다.  

"이넘아 니 언제 철들래 노크 좀하면 손에 무좀 나냐?"
버럭 소리지르니 씨익 웃으며 손에 든걸 내민다.

"내 취직했니더. 첫 월급 타서 원장님 선물 샀니더. 집에 가서 풀어 보소."

놀란 눈으로 쳐다보는 나를 뒤에 남기고 녀석은 휘리릭 사라졌다.

녀석은 동네 미장일 하는 아저씨 조수로 채용되어 있지도 않은 유니폼을
어디서 얻어 입고 한껏 멋을 부려 내게 자랑하러 왔던것이다.

궁금해서 집에 갈 때까지 참을수가 없어서 풀어보았다..
간호사들도 궁금한 눈으로 보는 와중에 말이다.

포장을 풀고 간호사들은.. 넘어갔다~~...
나는 당혹함으로 어찌할 바를 몰랐다.



망사팬티 7장 .......색깔별로,   그것도 성근 놈으로.


(빙빙~유영하다가 우연히 읽고는..웃다가 물먹고~바닥으로 가라앉을 뻔..^^*
카페에서 오래 전에 본 이름 같았는데, 동명을 쓰시는 다른 분인 듯 합니다..
암튼..본인의 이름에 대해서는 이렇게 설명을 붙이셨드군요..
" 스와힐리어로 괜찮아. 이런 정도의 뜻 라이언킹에 자주나오는 말입니다.
다른 카페에서는 제 닉네임이 霞丘懶馬咤惰 (하구나마타타==> 언덕에서
놀고 있는 게으른 말이 남의 나태함을 꾸짖는다)입니다.  " ) ^^;;

profile

머시라고

October 05, 2005
*.131.132.175

스와힐리어로 괜찮아. 이런 정도의 뜻.. 라이언킹에 자주나오는 말이 빠졌나요?
profile

보시리

October 05, 2005
*.202.174.198

에궁~...^^;;
한참..생각했네..ㅋ
- 나, <말>보다가..물에 빠진 너구리 -
profile

머시라고

October 05, 2005
*.131.40.183

의미 전달이 안된 듯 싶네요..
ㅇ하구나마타타 =>언덕에서 놀고 있는 게으른 말이 남의 나태함을 꾸짖는다
ㅇ     ?   =>스와힐리어로 괜찮아. 이런 정도의 뜻 라이언킹에 자주나오는 말
profile

보시리

October 06, 2005
*.202.174.198

^^;;~....
<..암튼..본인의 이름에 대해서는 이렇게 설명을 붙이셨드군요..>
이 글을 올리신 분의 이름이 하쿠나 마타타..님입니다.
이 이름은, 아프리카 공용어인 스와힐리어로, <괜찮아~..>란 뜻이라고 하신 것입니다..
영화에서는 영어로 " No Worries ~!!. " 라고 그랬습니다.
그때만 해도 항상..
먼저 염려를 해야만 일이 괜찮게 풀릴 것이라는 징크스에 사로잡혀 있던 저에게
일침을 놓는 말이기도 했었습니다...
profile

머시라고

October 06, 2005
*.131.40.183

"하쿠나 마타타"가 스와힐리어로 "괜찮아"라는 뜻과 함께,
"언덕에서 놀고 있는 게으른 말이 남의 나태함을 꾸짖는다"라는 또다른 뜻도 있는건가요?
profile

보시리

October 07, 2005
*.202.174.198

^^;;;;
霞丘懶馬咤惰 (하구나마타타)..음가에 한자를 끼워 맞추어 가지고~..익살스럽게
붙이신 거겠죠~...스와힐리어로는 하나도 안 야단일 껄요~..아.마.도.
스와힐리어는 저도 구사를 못하지만~..품바의 뽄새로 봐서는
남의 나태함이나 꾸짖으려는 의도는 없던 걸로 기억 되옵니다~^^*
profile

머시라고

October 07, 2005
*.131.40.183

아무 것도 아닌 일로 또 미쳐불라고 하네요...
위 마지막 부분에
  제 닉네임이 霞丘懶馬咤惰 (하구나마타타==> 언덕에서
  놀고 있는 게으른 말이 남의 나태함을 꾸짖는다)입니다. " )
라는 글에서의 "하구나마타타"와,,,
계속 같은 질문만 하고 있는데..
안 야단이니 뭐니 말씀하시지 마시고,,
보시리님께서 위로 3번째 꼬리말에 남기신
  이 글을 올리신 분의 이름이 하쿠나 마타타..님입니다.
  이 이름은, 아프리카 공용어인 스와힐리어로,
  <괜찮아~..>란 뜻이라고 하신 것입니다..
에서 사용된 "하쿠나 마타타"가 다른 건가요?
profile

보시리

October 07, 2005
*.202.174.198

흐음~~..그렇군요.

처음부터 다시 정리를 해볼께요.

이 글은 "하쿠나 마타타"라는 아듸를 가진 분이 자신의 블로그에 올린 글인데,
그 이름의 어원을 누가 물으니,
[하쿠나 마타타]는 라이언 킹에도 많이 나오는 말로서,
스와힐리 어로 "괜찮아~"정도의 뜻을 가진 말이라고 했고..
본인이 또 다른 카페에서는 닉 네임을 [하쿠나 마타타]대신 霞丘懶馬咤惰 로
표기하는데,그 뜻은 < 언덕에서 놀고 있는 게으른 말이 남의 나태함을 꾸짖는다..>
라는 의미로 붙인 이름이다..

요기까지가 객관적인 자료 수집입니다..
이 두가지 하쿠나 마타타를 같은 말이라고 해야 할런지,
다른 말이라고 해야 할런지는..이쯤에서는 저도 잘 모르겠네요...^^;;
profile

가라한

October 07, 2005
*.236.197.162

두분이 아주 아주 심오한 대화를 하시는 걸보니.
이걸 읽고 무지 웃던 제가 무색해지는군요..
그런 리플에 동참하자면..

하쿠나마타타와 하구나마타타는 다른 말이지 않나요??
원작자가 스와힐리어의 뜻을 좋아해서 인지, 한자의 뜻을 좋아해서인지는 모르겠으나
전 두말의 음가가 비슷하다는 이유로 같이 쓴다는 뜻으로 읽히거든요..

그리고 사실 제 느낌(추리)은 스와힐리어의 영향으로 하쿠나마타타를 쓰다가
한자의 하구나마타타를 웹서핑 혹은 지어내서 쓴다는 걸로.. 아주 간단히 생각했는데..
찬민님의 심오함에 넘어갑니다.. ^^
profile

머시라고

October 08, 2005
*.131.40.183

심오는요, 무슨.. 재밌는 글 올려주신 보시리님께 죄송할 뿐이죠..
요즘 제가 얽힌 실타래 앞에 놓여 있어서
조금만 답답해지면, 이성을 잃곤 하네요..
profile

보시리

October 08, 2005
*.202.174.198

저도 죄송합니다..처음부터 제대로 답변을 했더라면
이런 긴 댓글의 시리즈는 없어도 되었을텐데..말이죠..
대강 읽고 답한 것은 아니었는데,...제 이해력에 문제가 조금 있네요.

얽힌 실타래~~.. 어서 풀리시길 바래요.
profile

애린여기

October 09, 2005
*.214.159.144

이런...ㅡㅡ;;; 갑자기 한글이 안되어서 인터넷을 껐다 켰다는...

글을 보면서 참 웃었네요..
머~시라거?? 가 3사람이 되는 느낌..ㅋㅋㅋㅋ

머 글을 읽으면서 하쿠나마타타와 하구나마타나 가 같은건가..하는 생각을 했었는데...
솔직히 리플의 상황이...너무 재미있어서....ㅎ.ㅎ;;
profile

보시리

October 09, 2005
*.202.175.17

근데요.. 웃으시면 ...곤란합니다..
지금은.. 한꺼번에 읽으시니 저의 띨빵한 이해력이 우습게 드러났지만~..
하나하나 질문 받고는 ..저 역시 그 질문의 방향을 정확하게 파악할 수가 없어서
고민..많이 하다가 (나름대로) 붙이면서.. 부연..이라고 사족을 달기도 하고
그런 것입니다...
머시라고님만큼 저도.., 도라아부는 줄 .. 알았었습니다...ㅡ.ㅜ..
List of Articles
번호
499 그게 그렇군~ [2] 보시리 2005-11-13 2426
498 비에도 지지 말고 바람에도 지지 말고 [1] 머시라고 2005-11-08 3105
497 여우와 장갑 file [3] 보시리 2005-11-06 2718
496 아싸 가오리~! file [2] 머시라고 2005-11-04 2906
495 나를 반성하게 하는 좋은 시~ 가라한 2005-10-30 2265
494 [re] 저두 반성모드로 들어가게 하는 좋은 시~ 보시리 2005-10-31 2478
493 누가 살고 있기에 보시리 2005-10-30 2381
492 이렇게나 긴 글..을 퍼 옴. file [2] 보시리 2005-10-22 2278
491 [펌]달의 추억 (2부) - 에피소드가 있는 한의원 file [1] 보시리 2005-10-20 2579
490 [re] [펌]달의 추억 (3부) 를 만들어봅니다. [1] 애린여기 2005-10-20 2426
489 [펌]달의 추억 (1부) - 에피소드가 있는 한의원 [1] 보시리 2005-10-20 2382
488 알 필요. file 보시리 2005-10-17 2509
487 이미 뚜껑은 덮였다 file [2] 머시라고 2005-10-15 6392
486 그곳에 가고 싶다.. file 보시리 2005-10-15 2396
485 겨울나무 file 보시리 2005-10-14 2437
484 다들 잘 주무시고 계시겠죠??? [2] 애린여기 2005-10-09 2392
483 날씨가 많이 쌀쌀하네요. [3] 淚愛 2005-10-09 3165
482 A spoonful of sugar.. file [4] 보시리 2005-10-08 2795
» "에피소드가 있는 한의원 - 하쿠나 마타타 님" [13] 보시리 2005-10-05 3141
480 네가 보고파지면 [1] 초짜 2005-10-04 3114
외롭지 않으면 길을 떠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