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 Nov, 2005

젊은 벗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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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 긴장하는 사회  |  홍세화의 수요편지  2005/11/16


젊은 벗에게,  


  우리 사회구성원의 대부분은 일생 동안 두 번 긴장합니다. 대학입시를 위해 한 번, 임용이나 취직하려고 한 번의 딱 두 번입니다. 경쟁에서 승리하기 위해 두 차례 긴장할 뿐, 자기성숙의 모색과 긴장은 찾기 어렵습니다. 두 차례 긴장한 다음엔 진급하거나 승진하려고 긴장하고, 재테크와 부동산 투기 등으로 재산을 늘리려고 긴장합니다. 누구에게나 단 한 번밖에 오지 않는 소중한 삶인데, 그 삶을 아름답게 하려는 긴장은 찾기 어렵습니다.


  이는 우리 사회를 지배하는 가치관 때문입니다. 우리 사회는 구성원들을 ‘어떤’ 사람인가보다 ‘무엇을 하는’ 사람인가를 잣대로 평가합니다. 다시 말해, ‘사람됨’이 아니라 ‘지위’로 평가합니다. 그래서 사회구성원들은 ‘무엇을 하는’ 사람이 되려고 긴장하고 모색합니다. 사회구성원들이 일생동안 오직 ‘무엇을 하는’ 사람이 되어 권력이든 물질이든 소유하려고 긴장한다는 점은 이 사회의 천민성으로 나타납니다.        


  “사람은 소우주다”라는 말이 있지만 사회구성원의 삶에서 개성을 느끼기 어렵고 향기로운 인간미를 느끼기 어렵습니다. ‘어떤’ 사람이 되려는 게 아니라 ‘무엇을 하는’ 사람이 되려는 긴장만 살아 있기 때문입니다. 더욱이 대학이 ‘산업’이 되면서 이러한 경향은 더욱 심해지고 있습니다. 서열화된 대학에 입학하면서 사회구성원들은 의식적, 무의식적으로 대학과 학과의 서열에 따라 자신의 위치를 스스로 규정합니다. 그렇게 스스로 규정한 서열을 뛰어넘는 길 중 하나가 고시입니다. 대학 도서관이 고시생들로 넘쳐나는 이유입니다. 그렇게 고시공부를 하거나 토익이나 취직 공부를 할 뿐 인문학적 기초나 사회문화적 소양을 갖추려 하지 않습니다. 무식한 대학생뿐만 아니라 무식한 대학교수, 무식한 언론인, 무식한 법률가, 무식한 국회의원, 무식한 교장, 교감이 양산됩니다.    


  가령 교사는 학생들에게 지식을 전달할 뿐만 아니라 학생들과 인격적으로 만나 소통함으로써 올바른 인성과 가치관을 형성하도록 하는, 훌륭한 자아실현의 계기를 갖고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 사회에서 교사는 ‘어떤’, 즉 ‘훌륭한’ 교사가 되기보다는 ‘무엇을 하는’, 즉 교감, 교장이 되려고 긴장하도록 요구받습니다. 교사들은 교직에 충실하려고 긴장하기보다 교감, 교장으로 승진하려고 긴장하도록 구조화되어 있습니다. 교장, 교감이 되지 못한 교사는 무능력하다는 평가마저 받아야 합니다.


  젊은 벗은 우리가 왜 ‘평교사 선언’에 나선 교사들을 뜨거운 마음으로 존경해야 하는지 그 이유를 알 것입니다. 무엇보다 그분들은 ‘어떤’ 교사가 되어야 하는지 알고 있습니다. 나는 젊은 벗이 ‘무엇을 하는’ 사람이 될 것인가가 아닌 ‘어떤’ 사람이 될 것인가를 성찰하고 모색하는 분이 되기를 바랍니다.  


                            한겨레 제2창간 독자배가추진단장 홍세화 드림  hongsh@hani.co.kr
                                                                              편집 : 제2창간운동본부 김명희


* 출처 : http://wnetwork.hani.co.kr/hongsh/1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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