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른 우물에 빠진 당나귀의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주인을 위해 평생을 일하다가 나이든 당나귀가 어쩌다가 우물에 빠지자
주인은 그 나귀를 구하기 어렵다는 것과, 또한 나이든 나귀의 가치가
그런 어려움을 무릅쓰고 구할 만하지 못하다 판단하여 포기하고,
동네 사람들의 도움을 받아 그대로 매장하기로 했다는 것입니다.
당나귀를 매장하기 위해 흙을 붓자 당나귀는 두려움과 놀람으로 울부짖었습니다.
그러나 곧 그 당나귀는 쏟아지는 흙을 털어내고 오히려 그 쌓이는 흙을 딛고 밖으로
나왔다는 이솝의 우화이지요.
토사구팽입니다.
세상의 기본 이치는 이천년 전이나 지금이나 별반 차이가 없는 모양입니다.
자신 위에 흙을 쏟아 붓는 주인의 얼굴을 바라보았을 당나귀의 표정을 상상해봅니다..
그 기분을 경험한 일이 있습니다.
나귀는 그 절박한 순간에 자신을 방치하지 않고 흙을 털어내고 오히려 그 쌓이는
흙더미를 자신이 딛고 뛰쳐나갈 도약대로 사용하였습니다.
위기가 기회였습니다.
나는 여기서 이야기의 흐름을 바꾸고 싶어집니다.
주인은 자신의 오랜 지기인 당나귀가 마른 우물에 빠져 나오지 못하는 것을 보았다.
구해줄 만한 마땅한 도구가 보이지 않는다.. 점점 가냘프게 울부짖는 자신의 당나귀.
그는 궁리에 궁리를 거듭하여 꾀를 생각해냈다.
당나귀가 깊은 우물에서 빠져나오지 못하니 그 우물을 얕아지게 만들면
어떨까..
그는 흙을 파서 나르기 시작했다. 힘이 부쳐왔다.
동네로 뛰어들어가 사람들의 도움을 청했다. 자신의 계획을 간략히 피력하고
그들의 도움을 받아 우물의 바닥으로 흙을 부어나갔다..
자신의 의중을 모르는 당나귀는 겁에 질려 급한 소리를 내며 부르짖는다.
아니야, 아니야.. 겁 먹지마. 나는 너를 구하려는 거야.
너는 이해를 하지 못하겠지만, 이제 네가 이 우물에서 나올 수 있게 되면
그때는 나의 이 의도를 깨닫게 될꺼야. 놀라지 마, 두려워하지 마..
나를 믿어, 내 친구 당나귀야....
나는 그렇게 해석하고 싶습니다, 믿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