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말이었다.
설연휴 2주전인데 번거롭게 나를 고향으로 부르는 이가 있었다.
3촌 이내 첫 조카, 박준성의 돌맞이 행사.
명색이 큰외삼촌인데 뭔가 해줘야 하지 않을까?
나중에 준성이가 커서 '외삼촌이 나한테 해준 게 뭐가 있어?' 물으면,
떳떳하게 내세울 만한 것은 못 되더라도 치고빠질 퇴로退路는 있어야 ^^
뭐 고민할 거 있나. 그냥 돌반지로 때우자! 했는데
어머니께서 요즘은 그냥 돈으로 준다며,
동생과 내 이름으로 봉투를 준비하셨다고 한다.
매형이 동창이다보니 조카에게 한 턱내고
친구들에게까지 으시대 볼라고 했는데,
어머니께서 굳이 준비하셨다고 하시니 말리긴 그렇고,
먹고살기도 힘든 학생자격으로 양보의 미덕을 ^^
그래서 고민 끝에 지금의 그를, 미래의 그에게 선물하기로 했다.
캠코더를 빌려 이 날을 기록해, 내게도 하나 있었으면 했던 돌 영상.
처음하는 설레임으로 내 멋대로 폼을 잡으며 래디~, 악~션!
하지만 이곳저곳을 누비기 시작하며 캠코더를 들이대던 나의 의지는
즐비한 음식 앞에 허기진 배처럼 빈약한 것이었다.
그래도 친척을 제외한 모든 손님이 돌아가신 순간까지 버팀은 성공.
돌아와 앉은 책상에서 영상을 인코딩했다.
컴퓨터파일과 VCR로 변환하며 족히 일곱여덟번은 보고 있는데,
아~! 이 어지러움증과 머리 뒤트리는 쏠림현상은 무엇이란 말인가.
오바이트(over+eat)끼가 온몸을 휘감으며 세상이 돌기 시작하던 순간,
그동안 제정신으로 보아온 모든 영상들에 대한 감사와 경이로움이 밀려왔다.
섣부른 단정일수도 있지만 어떤 일류 편집기사도 손대지 못할 비범한 영상.
소포에 비디오CD와 VCR을 넣고, 쪽지 한 장을 썼다.
'보다가 어지러우면 시청을 중지하라! ... 언젠가 편집해줄께. ... 돌 영상이라는 게, 한 20년 지나면 가치가 있을테니 참고 기다리라는 ...'
둥의 쪽지를 동봉하여 누나에게 발송했다.
우체국을 빠져 나오며, 그 동안 내게 보여진 영상들을 촬영하고 편집하셨던 모든 분들께 다시 한번 경배하는 마음으로 기도를 했다. 감사합니다.^^
이 것 하나도 생각했던 것과 실제가 이렇게 다른 느낌인데,
내 전공에서의 이런 깨닭음은, 어떤 언덕들을 남기고 있을까...
눈곱만큼이라도 깨닫기 시작하고 있기나 한건지...